IOC 실사 코앞인데 도심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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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조그마한 입간판이 잘츠부르크가 겨울올림픽 유치 후보지임을 겨우 보여주고 있다. [잘츠부르크=유권하 특파원]

한국의 평창, 러시아 소치와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전을 벌이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를 13일(한국시간) 찾았다.

14일 시작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의 실사를 하루 앞둔 현지의 표정은 기자가 '당황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열기에 가득 찼던 평창과는 대조적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항 외벽 한쪽 구석에 '2014 겨울올림픽 후보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작은 현수막이 간신히 시야에 들어왔다.

공항 청사 안에는 올림픽 관련 게시물 대신 'UEFA(유럽축구선수권) 2008'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만이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내의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청으로 쓰이는 미라벨 궁전 앞을 지나던 40대 남성에게 물었다.

"내일 IOC 평가단이 오는 것을 아는가."

"잘 모르겠다."

"2014년 겨울올림픽을 잘츠부르크가 유치하려는 것을 알고 있나."

"얘기를 듣긴 했는데…."

시청 안에 들어섰지만 올림픽 홍보와 관련된 어떤 상징물도 보이지 않았다. 한 시청 직원은 "지난해 말 갤럽조사 결과 60%가량의 주민이 올림픽 유치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옆 자리의 한 시민은 "아직도 적지 않은 주민이 (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물가는 오르고 복지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유치 홍보본부인 '2014 겨울올림픽 유한회사'를 찾았다. 도심에서 5㎞가량 떨어져 있는 알펜슈트라세 48A 번지. 5층 높이의 복합상가 한 개 층을 빌려쓰고 있었다. 주소 없이는 찾기 힘들 정도로 외진 곳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무관심과 달리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 직원은 "현재 AP.AFP.블룸버그 등에서 100명이 넘는 기자가 취재 신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잘츠부르크가 내세우는 강점은 경기장과 행사장이 대중교통으로 55분 거리 내에 몰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 도시인 평창과 소치에 대해선 "규정상 코멘트할 수 없다" 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잘츠부르크 유치위원회는 IOC 평가단 대상 설명회를 영국의 전문 대행사에 맡겼다. 이 회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영어로 리허설을 해왔다. 알프레트 구젠바워 연방총리도 팔을 걷어붙였다. 16일 설명회에 직접 나와 빌헬름 몰터러 부총리, 하인츠 샤덴 잘츠부르크 시장과 함께 설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에서 스키를 타면서 취재진에게 직접 브리핑했던 것에 대한 맞불 작전인 셈이다.

잘츠부르크=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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