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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오는 강원도의 봄… 늦출 수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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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동해안 지역은 각종 재해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1996년 고성 산불 이후 해마다 봄이면 강풍에 의해 큰 산불로 피해를 보고 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물난리를 겪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초속 30m가 넘는 강풍과 10월의 일일 강수량 기록으로는 최고치인 289㎜의 비가 내려 동해안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파괴되고, 강릉 시내가 또다시 큰 물난리를 겪었다. 동해의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해초와 어종이 바뀌어 동해 생태계 전반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 초에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기후변화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앞으로 더 심한 폭우, 해빙, 가뭄, 폭염, 해수면 상승 등 생태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와 함께 전 세계인이 함께 온실가스 감축 등 지구 온난화의 원인 제거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지금 우리나라도 어느 곳에서나 기후 변화의 징후를 관찰할 수 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20세기에 1.5도 상승했고, 주요 원인은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라고 진단한다. 특히 겨울이 많이 따뜻해졌고 짧아졌다. 봄은 점점 빨리 다가오고 있고, 꽃 피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지역의 봄꽃 축제는 매년 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다.

매년 찾아오는 황사는 더욱 심해지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 비는 장마기간보다 8월에 많이 내리고 있다. 여름도 점점 길어지고 더워져 혹서가 자주 발생한다. 산불.홍수.태풍.강풍.폭설 등의 자연재해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동식물의 분포가 달라져 농작물, 산림 및 해양 생태계도 점차 변하고 있다.

IPCC의 경고와 주문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우리 모두가 달갑지 않은 '빨리 오는 봄'을 늦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외교적 노력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 현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후 변화로 야기되는 변화와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지역적으로는 온실가스의 흡수 기능을 하는 산림을 육성하고,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산림 면적의 감소와 훼손을 막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개발 지상주의자'보다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비전을 가진 정치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모든 행동을 '에너지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조절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규송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

*본란은 16개 시.도의 60명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4기 지역 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