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신에 도전” 불용/현대사태를 보는 정부·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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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특혜받고 세 거부는 국민우롱”/금융제재 넘어선 사정차원 조치 여부에 촉각/여선 정경불화 확산우려… 야는 양비론적 시각
현대 정주영 회장의 추징세 납부거부로 현대와 정면대결하게 된 정부측이 강경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서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정회장이 6공정부에 대한 재계의 「감정」을 대변하듯 상당히 거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도전한데 대해 청와대등 정부의 핵심에서는 『오만방자』『응징』 등 강경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측은 정부의 위신과 6공의 통치권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는데다가 대기업에 대한 국민감정을 타고 있다고 보고있어 정부측 조치의 강도가 주목된다.
○…현대에 대한 세금추징 결정은 조세행정차원의 일이라며 언급자체를 회피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회장의 세금납부 거부가 청와대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오만방자한 행위』라며 응징책 마련에 부심.
청와대측은 18,19일 잇따라 대책회의를 가졌는데 정회장이 「정치적으로 당했다」는 식의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려고 기자회견·해명광고를 낸 것은 「계획된 도발」이며,특히 현대의 이런 태도가 6공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대의 이같은 「도발」을 방치할 경우 통치권의 기저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는 그러나 감정적 대응이라는 모습을 보일까해 자제를 하고는 있는데 그런속에서도 고단위 응징 처방이 내려질 것이라는 의지가 짙게 배어 나오고 있다.
정회장이 기자회견등을 통해 대정부 포문을 연 18일 오후 노태우 대통령에게 불려갔다 온 정해창 비서실장·김종인 경제수석 등이 『현대의 행위는 정부와 국민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노대통령의 의중과 정부대응의 수준을 암시해주고 있다.
정실장은 노대통령으로부터 상당히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려오자 바로 손주환 정무·김영일 사정수석 등 핵심참모들과 대현대 대책마련에 돌입했는데 이후 청와대 참모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방향을 짐작케 하고 있다.
정수석등은 『도대체 현대가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고 반문하면서 『국민과 근로자의 땀,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한 재벌이 납세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과 정부를 무시한 용서치 못할 처사』라고 노골적으로 비판.
손수석등은 『재벌이 세금을 못내겠다고 버티는 것은 국가존립까지 부정하는 것』『절대용납치 못할 일』이라며 『정부는 어떤일이 있더라도 추징세를 받겠지만 그에 앞서 도덕상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등 초강경 발언.
○…문제는 앞으로 대현대 제재조치인데 주거래은행을 통한 여신규제등 금융적인 조치 이외의 다른 사정적 조치가 있을 것이냐의 여부.
청와대측은 현대문제가 자칫 정치적인 조치로 오해받을까봐 일체 함구하고 있으나 한 소식통은 현대에도 「약점」이 없는게 아니라고해 여운.
대현대 제재방침에 따라 청와대수석들은 19일 아침부터 현대 관련자료를 챙기며 분야별로 대책을 점검.
김종인 경제수석 주재 비서관회의에서는 국세청의 추징결정에 하등의 하자가 없으며 국세징수절차법등 법규정에 따라 추징에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나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결론.
경제비서관회의에서는 다만 정부와 현대의 싸움으로 밀고 가려는 현대측의 의도가 문제라고 분석.
김영일 사정수석도 별도의 현대관련 특별보고를 받는 등 정밀작업에 착수했는데 그러나 「사정」의 특성때문에 관계자들은 일체를 함구.
○…민자당은 정명예회장의 납세거부를 의외의 사태로 보고 현대의 의도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일각에선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의 가속화와 함께 재계와의 불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문희갑 의원은 『전혀 예상못한 것은 아니지만 「벼랑」에 와있는 것 같다』며 『타협점을 발견하려다 안되니까 마지막 몸부림을 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
부총리출신의 이승윤 의원은 『자금동원이 안되는 모양』이라고 일단 현대의 자금능력쪽에서 관측.
포철회장인 박태준 최고위원도 『정회장이 사채시장에서 1백억원을 모으는 등 납부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납부거부를 했다면 분납문제나 추징세액의 마찰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일단 조세논리로 관찰.
그러나 모양새에 대해선 『법적 절차를 밟는다해도 세금을 납부하고 투쟁을 하는게 순서』라고 문제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대부분 의원들이 6공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내의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계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반응.
○…민주당은 현대사태에 대해 재벌의 탈세도 문제지만 정부가 비협조적이거나 불편한 관계의 재벌에 대해 선별적으로 세금을 징벌처럼 악용한 결과로 현대그룹과 정부에 대해 양비론적 시각에서 비난하며 앞으로의 사태추이를 관망.
이기택 대표는 『정부의 조치에 재벌이 불복하는 사실 자체가 노태우 대통령이 내치에 실패했다는 반증이며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지적.
특히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세청이 정회장의 반발후 즉각 제재조치를 선언하는 등 감정적 대응을 하고 나선데 대해 맹비난.
김정길 총무는 『재벌의 탈법에 대해 예외없이 조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특정재벌에 대해 권력이 감정적 조치를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정부측의 과민대응을 비난했다.<김현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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