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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차량·시설 잦은 사고 불러|지하철 전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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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하루평균 4백50여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수도권전철·지하철에서 차량·시설노후에 따른 전자·전기장치 고장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 「안전한 전철」이라는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승객들을 불안케 하고있다.
최근 들어서만도 지난달 30일의 개봉역 전철추돌사고를 비롯, 구로역 선로변환장치고장, 시청앞∼종각역 구간 선로 파손사고등 보름여 동안 5건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올들어 발생한 지하철·전철사고는 모두 46건으로 한달에 4∼5차례씩 운행중지·연착사태가 빚어져 승객들이 골탕을 먹고있으며 이같이 빈발하는 사고는 대형인명피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급히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철도청이 관할하고있는 전철의 사고발생건수는 ▲86, 87년 각각 18건 ▲88·89년 각각 22건 ▲90년 36으로 4년만에 두배로 늘었다.
86년부터 5년간 발생한 총사고건수(1백15건)의 75%는 차량의 전기·전자·주행·제동장치 고장으로, 나머지는 전선·선로시설고장으로 발생했으며 이같은 고장은 차량·시설노후가 가장 큰 원인이 되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발생한 시청앞∼종각역 구간 선로파손사고는 그대표적인 케이스.
이구간 선로는 굴곡반경이 1백46도로 정상선로의 최소굴곡반경(2백도)에 비해 굴곡이 심해 전동차 주행시 많은 압력을 받아왔으나 제때에 선로를 교체하지 않은 바람에 선로가 파손됐다.
같은날 발생한 영등포역의 고압선 방전사고도 송전설비 노후에 따른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인·경수구간에서 전철사고가 빈발하는것은 이웃 공단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가 선로·전선등 설비를 부식시키고 있으나 보수공사등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4년 개통당시 1호선에 투입된 전동차는 모두 1백26량이나 현재까지 폐차되지 않고 모두 운행되고있다.
일본의 경우 10∼15년정도 사용하고 폐차하는 것에 비교하면 이들 차량은 수명이 이미 끝난 상태이나 예산부족등을 이유로 교체하지 않고있다.
시설의 노후화와 함께 지하철·전철사고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승객의 폭증에 따른 운행시간단축, 차량 및 운행횟수 증가등 무리한 운행.
서울지하철의 경우 승객은 88년 2백만명에서 91년 3백50만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동차량수도 89년 7백50량에서 올해 1천1백량으로 크게 늘었으나 경인·경수 전철의 인천·수원쪽구간 혼잡도는 3백%로 전동차 1량당 정원(1백60명)을 3배나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운행으로 파손도가 심한 차량·선로, 송전설비등에 대한 정비 및 고장예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 공사는 전동차량추가구입과 차량기지 건설등 당장 필요한 사업에만 연간 1천5백여억원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을뿐 노후시설 개·보수등 사고예방을 위한 시설개선등은 예산부족으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책정된 노후시설개량비는 14억원, 보수유지비는 11억5천만원으로 이는 고장수리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액수다. 철도청은 지난해말부터 1호선 노후선로 개체작업을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개체된 구간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며 내년말까지 개체구간도 50%선에 머물 전망이다.
1호선의 낡은 전동차도 한대당 5억원이상하는 차량구입비 때문에 당장 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비인력도 크게 부족, 89년부터 올3월까지 발생한 지하철사고의 21%가 정비불량이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철개통당시 확보한 정비인원은 차량대당 0.9며. 그러나 지난해에는 0.38명으로 적정인원 0.56명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지하철안전운행을 위해서는 서울시와 철도청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의 과감한 시설투자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충북대 박병호교수(도시공학과 전교통개발연구원)는 『지하철이 「시민의 발」이란 점을 감안, 효율적인 관리와 함께 차관등을 도입해사라도 재원을 확보해 시설개선 및 보수유지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할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또 『현재의 지하철 혼잡도를 덜기 위해서는 인천∼안산간 서해안 전철을 비롯, 성남∼수원간 전철·제2경인전철도시 수도권 전철망을 대폭 확대, 서울로 집중되는 교통량을 분산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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