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저학년 자녀|방과후 맡길곳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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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린이 유괴·살해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자녀 걱정으로 가슴졸이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교 저학년 어린이들.
영유아보육법시행이후 정부 주도로 95년까지 2천10개소의 보육시설을 갖춰 0∼6세미만 취학전 아동 14만 l천명을 보육키로 하는등 취학전 어린이를 위한 탁아관심은 상당히 높아져 있으나 방과후 취학어린이 탁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극히 낮아 이들을 맡아 보호해주는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사회복지기관에서 맞벌이 부부의 취학아동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전부다.
이화여대 사회복지관의 「이화교실」, 서울YWCA 가락종합사회 복지관의 「어린이 공부방」프로그램이 바로그것.
지난해 11월 문을 연 어린이 공부방은 국교 1∼6학년을 대상으로 월∼금요일 오후 4시부터 한시간 동안 숙제와 학습지도를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한달 회비는 1만원이다.
지난 3월에 개설된 이화교실은 국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월∼금요일 오후2시30분부터 6시까지 지도하는데 수요일은 정오부터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이화교실은 매일 90∼1백20분의 숙제 및 학습지도 외에 요일별로 프로그램을 달리하여 놀이시간·독서교실·시청각교실·과학교실·글짓기 교실·미술교실등을 여는 한편 간식도 제공하여 짜임새 있는 방과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달회비 7만원. 두 사회복지관 모두 보호자 면접을 거쳐 이들 프로그램에 아동을 참가시키고 있는데 가락농수산물센터 주변에서 맞벌이하는 영세상인들이 많이 찾는 가락종합사회복지관은 ▲편부모 가정의 자녀 ▲소년소녀 가장 ▲맞벌이 가정의 자녀 순으로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받아들이고있다.
현재 어린이공부방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들은 2학년7명, 3학년 2명, 4학년 4명, 5학년 l명등 14명. 이화교실에는 1학년 3명, 2학년 7명등 10명이 다니고 있다. 이들 2개 단체는 어린이들의 학습지도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조력을 받고 있다. 이화교실에는 이화여대 재학생 12명이, 어린이공부방에는 대학생 및 주부 20명이 2∼3명씩 교대로 어린이들을 돌봐준다.
이화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권금주간사는 『어머니가 사무직에 종사하거나 자영업·교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방과후 어린이들이 오락실에 간다든지 친구하고 어울려 너무 놀기만 할까봐 학원을 보내면서도 불안해하던 어머니들이 이젠 안심이라며 흡족해한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피아노학원을 경영한다는 이견진군(8·이대부국 2)은 『집에서는 심심했지만 이곳은 친구들이 있어 좋고 엄마도 걱정을 안하신다』고 말했다.
취학아동들을 돌볼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나 기관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가락종합사회복지관 김선영간사는 『공부방에 어린이를 보내겠다는 이들이 많으나 장소가 협소해 더이상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린이들이 거리에서 헤매지 않도록 이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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