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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돋보기] 소유권만 이전한 차에 사고 났다면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박모씨는 2000년 자신의 승용차를 담보로 소모씨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박씨가 이 돈을 갚지 않자 소씨는 이 차의 소유권을 자기 명의로 옮겼다. 그는 A보험사의 자동차 대인배상 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박씨는 차를 넘겨달라는 소씨의 요구에도 차일피일 미루며 차를 인도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차를 박씨가 자신의 회사 상사인 김모씨에게 빌려줬다 사고가 났다.

소씨가 가입한 A보험사는 피해자 측에 일단 총 717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사는 박씨와 운전자인 김씨 등을 상대로 손해를 대신 배상하라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런 경우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명의상 소유권자인가, 아니면 실제 차를 운전했던 사람일까.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2일 "단순히 자동차등록원부상 소유자라는 이유로 사고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차량 소유자 명의가 소씨에게 이전됐다는 것만으로는 박씨가 차량에 대한 운행 지배와 운행 이익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 법원은 "차량 소유권이 이미 소씨에게 넘어간 이상 박씨가 가입한 보험의 효력은 소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동차 사고의 배상 책임과 관련, 법원은 운행 지배와 운행 이익을 꼼꼼히 따진다. 누가 자동차를 실제로 운행했으며, 그에 따른 이익을 얻었는지를 고려해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운다는 뜻이다.

일례로 자동차 수리업자에게 맡긴 차량이 사고를 낸 경우 법원은 "소유자가 수리를 맡긴 시간만큼은 차량의 운행 지배권을 수리업자에게 위임한 것이므로 수리업자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회사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다 난 사고에 대해서는 "회사가 차량의 운행일지를 관리하는 등 운행 지배와 운행 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으므로 회사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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