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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보트 피플' 미얀마 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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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군부의 탄압과 가난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려는 미얀마 난민들이 21세기 보트 피플(선상 난민)로 동남아 해역을 떠돌고 있다. 대부분은 난민 지위를 얻기가 어려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엔은 미얀마 난민 사태가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2의 보트 피플 사태=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태국과 방글라데시의 난민수용소에는 지난해 말 현재 각각 12만1000명과 2만4000명의 난민이 보호받고 있다. 둘 다 전년 대비 20% 정도 늘었다.

국경을 맞대지 않은 말레이시아에도 바다나 인근 태국을 거쳐 들어온 미얀마 난민이 지난해 말 현재 2만7000명이나 된다.

2005년의 9600여 명에서 1년 새 무려 3배로 늘었다. 최근에는 바다를 통해 수십~수백 명 단위로 집단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몇 년 새 1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게 말레이시아 정부의 예상이다. 말레이시아의 시에드 하미드 알바 외무장관은 지난주 "미얀마 난민 문제가 너무 심각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말레이시아가 혼란에 빠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미국에도 전년보다 30% 늘어난 9000여 명의 미얀마 난민이 입국했다.

◆군부의 소수민족 탄압이 원인=미얀마인의 집단 탈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군부의 탄압이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2005년 11월 수도를 양곤 북쪽 320㎞ 지점의 산악도시 피인마나로 옮겼다. 그 뒤 신수도 근처에 사는 소수민족인 카렌족과 샨족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또 군부는 막사 건설 등을 빌미로 주민들을 강제노동에 동원했으며, 이에 불응하는 주민을 무차별 학살하고 있다는 게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판단이다. 정치와 경제 불안도 난민 급증의 원인이다. 군부는 합법적인 선거에서 승리한 아웅산 수치 여사를 10년이 넘도록 가택 연금하며 독재를 계속하고 있다. 경제는 2005년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피폐한 상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162달러에 불과할 정도다.

◆"미얀마 난민은 국제적 재앙"=유엔은 지난해 미얀마 군부정권을 향해 "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독재, 그리고 경제 파탄으로 미얀마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어 동남아 지역 안보는 물론 국제 평화와 전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탄 슈웨 장군이 이끄는 군사정권은 오히려 북한식 개인숭배 사상을 주민들에게 주입시키며 독재를 더 강화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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