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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1년에 180일 노는 회사의 성장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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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도록 해주는 것이 경영진의 중요한 임무다."

'놀면서 잘 나가는 회사'로 이름난 일본 중소기업 미라이(未來) 공업의 다키가와 히치로(瀧川克弘.61.사진) 사장의 경영철학은 이렇게 단순했다.

10일 아주대 경영대학원 초청으로 서울 삼성동 COEX 그랜드볼룸에서 '인간 중심 경영' 강연을 하러 1박2일로 방문했던 그를 만났다. "미라이가 '노는 회사'로 유명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근무 시간을 최소로 줄여 직원들에게서 일하려는 열정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라고 받았다.

건축용 전기재료 등을 만드는 이 회사의 공식 휴일은 1년에 140일이다. 주말과 국경일을 합한 약 110일에다 연말 연시에 20일, 4월 말~5월 초에 10일을 논다. 근무 연한에 따라 연간 20~40일의 휴가도 있다. 최대 1년의 절반인 180일까지 쉬는 것이다. 근무 시간도 오전 8시30분~오후 4시10분으로 짧다. 잔업은 없다. 임금은 미라이공업이 있는 기후(岐阜)현 중소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게 다키가와 사장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 회사는 매년 성장하고,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의 비율(경상이익률)은 1965년 창립 이후 줄곧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평균 제조업 경상이익률(5~6%)의 두 배다. 다키가와 사장은 "직원들이 '천국 같은 회사를 지키자'며 근무 시간에 자기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급여는 철저한 연공서열에 따른다. 다키가와 사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기업이든 직원들 중 20%는 우수하고 60%는 보통이며 20% 뭔가 부족하다. 기업의 성패는 중간인 60%가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성과주의는 상위 20% 정도에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어서 중간층인 60%의 의욕을 높이지 못한다."

지난해에는 정년을 61세에서 70세로 늘렸다. 고령화에 따른 정부 권고에 따라 다른 기업들이 정년을 63~65세로 높이자 미라이공업은 "우리가 최고여야 한다"며 70세로 조정했다. 긴 휴일도 다른 회사들이 휴일을 늘릴 때 그보다 더 늘려간 결과다.

다키가와 사장은 "'적게 일하는 회사'는 창업자인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75) 상담역(고문)의 경영 철학"이라며 "26년 간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 철학이 옳다고 생각해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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