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장실의 화려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름다운 사람은 머무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Toilet'이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급한 볼일 보는 '뒷간'을 넘어 이름 그대로 '화장실(化粧室)'로 거듭나고 있는 것.
은은한 선율, 그윽한 향기, 예쁜 그림이 맞이하는 공간. 그곳은 '머무르고 싶은 아름다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 화장실은 나아가 예술과 접목한다. 구성요소가 전시 소재로 쓰이는가 하면,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내밀한 공간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됐다.

'한국이 화장실 혁명을 리드한다(South Korean Leads Restroom Revolution)'.
지난해 11월, 워싱턴포스트·LA 타임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세계 70여 개의 유력 언론사들은 일제히 이렇게 보도했다. AP통신을 비롯한 15명의 외신기자들이 수원시 화장실 투어에 참가한 이후 쏟아낸 찬사다. 그들 눈에 이곳 화장실은 청결함을 훌쩍 뛰어넘는 특별한 공간으로 비춰졌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모자람이 없었던 것.
이제 한국의 화장실 문화운동은 국제적 도약을 앞두고 있다. 한국화장실협회(회장 심재덕)는 2007년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를 오는 11월 21~25일 코엑스에서 열고, 지구촌 보건·위생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올바른 화장실 문화를 전개할 예정이다. 첫걸음으로 지난달 28일 경향 하우징페어에서 '화장실 공간의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약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는 한국화장실연구소가 보건·위생적 측면, 충남발전연구원 권영현 박사가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강의했다. 세균·악취제거는 기본이고, 인체공학 디자인 등 사용자 편의의 최대한 강조했다.
김해에선 화장실이 예술과 만났다. 전반적인 화장실 문화보다 위생도기에 초점을 맞춘 '꿈꾸는 화장실전'(4월 1일까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 그것. 위생도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약 한 세기 전 어떤 사건에서다. 1917년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남자 소변기를 엎어 놓고 '샘(La Fontaine)'이라고 명명했다. 하나의 물체에 지나지 않았던 변기가 작가의 손길에 의해 생명력을 지닌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번 전시 역시 뒤샹의 시도처럼 11명의 작가가 세면기와 변기를 회화·설치·미디어·조각·사진·도예 등의 장르에 녹여냈다. '변기의 재발견'이 발칙한 듯 눈부시다.

<당신이 꿈꾸는 화장실 디자인>

혼자만의 은밀한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은가. 당신 손길에 따라 화장실은 비발디의 음악이 흐르는 카페가 되기도 하고, 앤디 워홀의 작품이 걸린 갤러리가 될 수도 있을 듯.

1. 모더니즘으로 심플하게
기하학적인 레이아웃을 강조해 독특한 모양의 곡선과 완벽한 사각형 등이 조화를 이뤄 공간의 아름다움을 이끌어 낸다. 전통미와 현대적인 감성을 조화시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며,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아름다운 형태미와 자연의 숨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다.

2 꽃 패턴으로 로맨틱하게
크고 작은 플라워 패턴이 화이트 타일으로 마감한 욕실의 밋밋함을 덜어준다. 인생의 반려자와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요즘, 신혼부부들의 달콤한 공간을 더욱 빛내는 디자인. 기본적으로 하얀 욕실을 깔끔하게 유지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3 팝아트로 독특하게
타일의 무늬들은 확대경을 통해 본 것처럼 확대되고, 만화경처럼 서로 대칭을 이룬다. 세계적인 주류기업 바카디그룹과 도미니크 크린슨의 공동 프로젝트로 탄생한 '봄베이 사파이어진'은 12가지 패턴이 어우려져 있다. 몰디브의 바닷 빛깔을 닮은 블루 컬러는 한층 시원하고 발랄한 욕실로 만들어준다.

(화장실 에피소드 하나)
기자는 5년 전 중국 상하이에 간 적이 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상하이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국제적인 도시답게 성장속도는 초고속 인터넷만큼이나 빨랐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람. 화장실 문화는 여전히 게걸음 아닌가.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일이다. 일을 보고난 후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로 일어서다 흠칫 놀랐다. 화장실 문 너머로 주욱 줄지어 선 사람들의 얼굴과 마주친 것이다. '중국 화장실엔 문이 없는 경우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충고를 미리 듣긴 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그 황당함이라니…. 어찌할 바를 몰라 어색한 웃음만 짓고 나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해우소(解憂所:근심을 풀어주는 곳)'란 별칭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