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곰소 젓갈시장 김장철 특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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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젓갈 생산지 중 하나로 매년 이맘 때면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붐비던 부안군 곰소가 '김장철 특수'를 잃어 상인들이 울상이다. 위도 원전센터 유치를 둘러싼 찬반 대립이 5개월째 지속되면서 젓갈 쇼핑 손님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3일 부안군에 따르면 진서면 곰소항 주변 젓갈시장의 매출이 지난 해보다 30~40% 줄었다. 곰소의 60여개 젓갈 도.소매 상가는 한 해 1백80억~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백20억~1백3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곰소는 해마다 김장철을 앞둔 10~11월 주말에는 수도권이나 광주 등 외지의 단체 관광객이 하루 30~40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들어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까지 차들이 길게 늘어서곤 했다.

'할매젓갈집'의 정이모 부장은 "한창 흥청거릴 때는 5km 이상의 도로에 차들이 줄을 서고 항구 3백m이내에 하루 2만여명의 관광.젓갈 쇼핑객들이 몰려 몇걸음도 제대로 떼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김장철임에도 불구하고 관광버스가 하루 20대도 안되는데다, 개인 구매자들의 발길도 뜸해 주말에도 거리가 한산할 정도다.

곰소시장의 한 상가 주인은 "보통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는 하루 매상이 3백만원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1백만원 정도밖에 안된다"며 "수도권 등지의 단체 관광객들이 문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핵폐기장 반대 시위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단체 관광객들이 젓갈를 사간 뒤 입소문을 내면 택배 주문량이 상당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거의 없어 올 김장 특수는 이미 포기한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경철 부안군 수산진흥계장은 "주민들의 집회와 시위로 차가 막히고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다는 소문이 퍼져 이곳을 찾아오는 젓갈 쇼핑객이나 관광객들이 줄고 있다"며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도시 아파트단지의 부녀회나 백화점 고객 등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곰소 젓갈은 위도 앞바다인 칠산어장에서 황석어.전어.조기.갈치 등이 풍성하게 잡히면서 발달했다. 특히 곰소항 주변에는 일제 때 대규모 천일염전이 만들어졌고 여기서 생산되는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깨끗해 젓갈용 소금으로 최고의 찬사를 얻었다.

곰소 젓갈은 1960년대부터 전국에 널리 알려졌고, 현재 이곳에는 젓갈 생산업체가 20여곳이나 되며 규모가 큰 곳은 연 매출이 30억원대에 이른다.

특히 곰소가 젓갈 산지로 유명해진 것은 주변에 내소사.변산반도 등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이 오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들러볼 수 있는 코스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은 덕도 있다.

'곰소다해 젓갈집'을 10여년째 운영 중인 김종호씨는 "우리 고장 젓갈은 다른 지역 제품과 달리 18개월 동안 자연에서 숙성을 시키고 순도 높은 천일염을 사용해 맛이 깊고 풍부하며 오랜 기간이 지나도 변함없다"며 "곰소에 오면 고깃배에서 직접 간을 해 만든 '진품'젓갈류를 시중보다 20~30% 정도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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