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당시 맞섰던 「적장」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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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월남전 당시인 68년 월맹군의 구정대공세를 지휘했던 전월맹군 사이공지구사령관 쩐 박 당씨(66)와 이에 맞서 싸웠던 한국군사령관 채명신씨(65)가 10일 오전11시 서울 힐튼호텔 2층 설악산룸에서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전주월한국대사관 영사 안희완씨(53·전국투자금융협회총무부장)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
안씨는 75년 종전당시 월맹군에 붙잡혀 호치민시 내형무소에 억류돼 있다가 80년 풀려나 귀국한후 한월교류를 위해 일해오던중 우연히 쩐씨가 지난7월 관광차 한국에 다녀간 사실을 알고 두사람의 의사를 타진한 끝에 9일 트란 반지우 사회과학원장(80)과 함께 한국경제를 둘러보기 위해 9일간 일정으로 다시 방한한 쩐씨를 채씨와 만나도록 한것. 두 노장군은 이날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라고 첫인사를 나눈뒤 점심을 함께 하며 3시간여 월남전이후 양국의 변화와 경협문제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그러나 월남전당시 전투상황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월남전을 통해 「기습전술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었던 쩐씨는 종전과 함께 퇴역한 후 현재 베트남사회과학원 부위원장을 맡고있으며 채씨는 71년 중장으로 예편, 스웨덴·그리스·브라질 대사등을 역임한후 평범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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