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영화감독 고영남|106편 연출 「다작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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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영남(1935 년생) 감독은 지금까지 1백64편을 연출해 한국영화계 최다작 감독의 자리에 있다. 『영화』지 85년 5 월호 부록 「한국영화감독」에 보면 그당시까지 김수용감독 1 백 4편으로 최다작 감독이었고 고영남이 96편으로 2위에 있었으나 그후 김수용이 일을 안한데 비해 고영남은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 1백6편이 된것이다. 다작 3위는 90편의 임권택감독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지명도에 비해 연출작품수 적은것과 비교하면 한국감독들의 다작이 자랑거리는 결코 아니다. 이러나 한국적 제작상황에서 항상 지속적으로 작품의뢰가 있었다는 것은 그 감독의 영화가 늘 팔리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에 결코 부끄러운 사실은 아닐 것이다.
고영남은 방금 『나의 아내를 슬프게 하는 것들』(91년·미개봉) 을 끝내고 내년도 연출작품으로 이효석 원작 나한봉 각본의 『메밀꽃 밀 무렵』을 준비중이다. 이것은 이성구 감독이 67년에 만든 적이 있다. 이 영화에는 당나귀가 나오는데 어찌된 셈인지 한국에선 당나귀가 멸종되었다. 그래서 대신조랑말을 쓰려고 알아봤더니 조랑말 하루 사용료 25만원으로 세 마리를 쓰자면 1회 75만원, 적어도 20회는 써야하니까 계산상으로는 1백40만원이 든다.
고민하던중 장예모감독의 중국영화 『국두』에 당나귀가 나오던 것이 생각나 즉시 중국에 알아봤더니 중국에서 인천도착까지 한 마리 2천달러(1백구만원)로 세마리면 5백만원이 채 안된다. 당나귀세마리는 곧 도착할 것인데 쓰고나면 종합촬영소에 기증할 예정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당나귀 고기가 만두속에 필수불가결한 것이어서 당나귀를 흔하게 키운다는 것.
당초 고영남은 대학은사였던 극작가·연출가 이광내씨 조수로 신협멤버였다. 을지로입구에 있던 원각사 개관기념작품으로는 유치진희곡『소』가 이광래 연출로 공연됐는데 이때도 조연출했다. 그러나 일이라곤 1년에 하나쯤밖에 없어 배가 고팠다. 원각사극장도 곧 화재로 없어진다. 이때쯤 무대감독 김상호씨가 작곡가 박하춘씨가 설립한 오향영화사 제작부장으로 가며 고영남을 데리고 갔다.
조긍하감독이『육체의 길』(59년)을 연출중이어서 제작진행등의 일을 거들었다.
그러자 권령순감독이 『흙』(60년)을 연출하며 조수로 끌어주었다. 4편 하는동안 권영순의 세컨드가 되었다. 이때 차태신씨의 극동영화사에서 김기덕감독이「잇뽕」(일본)하며 고영남을 퍼스트로 끌어준다. 여기선 8편을 한다. 그럭저럭 조감독 6년을 했다.
이당시 곽정환씨는 극동영화에서 PD형식으로 일하고 있었다. 자신의 합동영화사를 설립하고 한작품해야겠는데 마땅한 감독이 없었다. 그래서 엄앵난에게 『젊은놈 똑똑한놈 하나 없을까』 했더니 그녀가 고영남을 추천했다.
고영남은 서윤성 각본의『잃어버린 태양』(64년)으로 비로소 데뷔한다. 그는 이것을 하기로 했을때만해도 암만해도 자신이 없어 김기덕에게 『형님거 퍼스트자리는 당분간 비워두시죠. 안되면 다시올테니까』했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태양』은 예상외로 대 히트했다. 추석프로로 3주간기한부 개봉이었는데 2주동안 전회매진하며 8만3천명이 들어 최단시일 최다 관객동원 기록을 세운다. 다음작품 『명동 44번지』(65년)가 또한 연속 히트한다. 이때쯤 여기저기서 고영남을 스카우트하려하여 그의 주가가 급상승, 결과적으로 합동영화와 2년간 전속계약을 한다.
그후 하도 비싼 개런티의 작품의뢰가 많아 전속계약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소령 강재구』(66년)로 계약을 끝냈다.
김자림극본의 『소문난 여자』를 의뢰받아 강원도 대진으로 로케 헌팅갔을때는 집으로 전화했더니 반공작가 김동현의 『스타베리 김』(66년)을 홍콩합작으로 하잔다고 하여 『소문난 여자』는 내팽개치고 돌아와 홍콩으로 갔었다.
지금은 다시 합동영화에서 뚜렷한 직함은 없이 일종의 총감독형식으로 일하고 있다. 1년에 7, 8편 제작하면서 유능한 신인도 발굴할 생각이다. 즉 곽정환 제작자가 활발한 제작개시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될까.
고영남감독의 대표작 『소나기』(78년).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하며 고감독은 동심의 세계를 서정미 넘치는 영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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