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4~6년 뒤 혼란' 경고,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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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4~6년 뒤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한 배경은 삼성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9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 자리에서 "(주력 업종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 심각하다"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매출은 제자리, 이익은 주는데=지난해 삼성전자는 58조9700억원의 매출에 6조9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외견상으로는 훌륭한 실적이다. 문제는 이익이 매년 줄어들고 있고, 차세대 수익원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3년째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익은 확 줄고 있다. 2004년 12조2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서는 7조원 이하로 내려갔다. 영업이익률도 2004년 21%에서 지난해에는 12%로 2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LCD.휴대전화의 이익률이 나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5년 60%에 달했던 낸드플래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0%대로 낮아졌다. 최근 석 달간 낸드플래시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올해는 잘해야 10%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CD 패널 역시 40인치대 HD급 LCD TV 가격이 1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가는 등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세계적인 IT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휴대전화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아진 11.5%(판매량 1억364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 못 찾아=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차세대를 이끌 성장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분야를 맡고 있는 황창규 사장은 최근 부문별 회의에서 임원들을 다그쳤다.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 있는 IT 제품에 들어갈 신개념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관습에 사로잡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임원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선정한 차세대 성장동력인 프린터나 비메모리 반도체(LSI)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서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해외 우수 두뇌를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 발언은) 삼성전자가 일류 기업이 됐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공개 석상에서 위기를 언급한 것은 느슨해질 수 있는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창우.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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