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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대 핵심 법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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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봄을 맞아 대지엔 생기가 돌지만 여의도 국회는 얼어 있다. 2월 국회를 허공에 날린 지 6일 만에 한나라당의 요구로 3월 국회가 12일 시작되지만 의사 일정이 없어 공회전만 할 것 같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 국회 계류 중인 사학법.주택법.국민연금법은 국민 생활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줄 핵심 법안이다. 사학의 안정, 서민의 주거 행복, 한국인의 노후가 걸려 있다. 우리는 제 정당의 협상을 촉구하면서 쟁점과 관련한 입장을 다시 밝히고자 한다.

개방형 이사제는 손질해야

우리는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누차 지적했다.

첫째, 재단이사회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와 대학평의원회(대학)가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한 점이다. 이는 사학의 건학이념을 무시하고, 자율적 운영권을 침해했다. 사학 내 갈등도 많아질 것이 뻔하다.

둘째, 사학에 작은 분규라도 생기면 정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할 길이 매우 넓어졌다. 임시이사 임기가 없어지는 등 권한도 더 커져 설립자가 학교를 되찾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임시이사 가운데는 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가 많기 때문에 '사학 탈취법'이란 말도 나온다. 악용의 소지가 많고, 사학의 관변화가 매우 우려된다.

일부 비리 사학을 빌미로 사학 모두를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건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미 교육계가 혼란스럽고, 사학이 위축되는 등 폐해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 두 차례 열린우리당에 재개정을 권고했다. 하루빨리 개방형 이사 추천권자를 확대하고, 임시이사 파견 요건과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등 독소조항을 철폐하는 게 옳다. 사학이 아니라, 우리 교육을 위해서다.

민간 주택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우리는 주택법 개정안이 정부 정책과 법을 대중영합적으로 처리하려는 전형적 사례라 본다.

개정안의 골자인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나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 부문에 대해서는 시장경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이 정책에 국민 여론은 상당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저변엔 이 정부 들어 크게 오른 집값에 대한 절망감이 배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지나친 시장 규제가 몰고 올 장기적 부작용을 지적해 왔었다. 그럼에도 이번엔 국민 여론을 핑계로 법안 통과를 추진.동의하고 있다. 상한제와 원가공개라는 민간주택시장에 대한 이중 규제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과 이로 인해 국민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고려하는 깊은 고민이 결여된 처사다. 그동안 주택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공급이 줄어든 2~3년 뒤에는 반드시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이중 규제는 민간에 의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당장 강력한 규제로 집값이 주춤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의 법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몇 년 뒤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민간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수정함이 옳다.

연금법 개정 한시가 급하다

지금도 국민연금 잠재 부채는 매일 800억원씩, 해마다 30조원씩 누적되고 있다. 현재대로라면 2043년에는 재원이 다 소진된다. 지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이 취업시장에서 은퇴할 무렵이다. 평생 꼬박꼬박 연금을 붓고도 연금을 제대로 못 받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이를 방치하는 건 후세에 죄를 짓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이 시행되면 재원 고갈 시점은 20년 남짓 늘어난다. 물론 불충분하고, 앞으로 보다 근본적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현 개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의 고령화, 저출산 추세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다. 연금 기득권자의 저항 또한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선거는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더 미룰 수 없는 기회다. 특히 연금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한나라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정권 창출에만 몰두해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남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차제에 여야의 각 대선 주자들도 이들 핵심 3법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해법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결코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국가의 중대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