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안 내려 위장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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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H세무법인 K세무사는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회피를 위해 이혼을 하고 싶다는 고객의 상담을 받았다. K씨는 "서울 송파구에 사는 40대 남자를 비롯해 여러 명이 이혼을 통해 양도세를 면제받는 방법을 자세하게 물어보고 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2주택자는 양도 차익에 대해 9~36%의 양도세를 부담했지만 올해는 세율이 50%로 크게 높아졌다. 또 보유기간에 따라 10~45%의 양도세를 깎아주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올해부터는 2주택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자 위장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나 자녀에게 집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도세 회피하려고 이혼?=소득세법에 따르면 주택을 각각 보유한 이들이 결혼해 1가구 2주택이 되면 결혼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판 한 채에 대해선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예컨대 부인 명의로 2억원짜리 집을 사 1가구 2주택이 된 경우 부부가 이혼하면 각각 1가구 1주택이 된다. 그리고 다시 재혼한 뒤 재혼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부인 명의의 이 집을 4억원에 팔면 양도차익 2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양도세 회피를 위해 위장 이혼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고의적인 세금회피가 입증되면 원래 내야 할 양도세에 40%의 가산세를 물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배우자에 대한 증여엔 3억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는 점을 이용해 집을 파는 대신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930건이었던 서울 소재 부동산의 증여 건수는 12월 3435건으로 3.7배나 됐다.

◆양도세 실거래가 신고 본격화=국세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된 부동산 양도세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3월 말 본격 시작된다. 양도세 실거래가의 신고기한은 부동산을 양도한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로 규정돼 있다. 예컨대 부동산을 1월 10일 양도했다면 3월 31일까지 양도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 신웅식 재산세과장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자료(시.군.구), 등기부 기재자료(등기소), 양도세 신고내역(세무서), 부동산 시세자료 등을 종합 분석해 불성실신고 혐의가 드러날 경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현.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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