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증서제/선거자금 급한 야,도입 주장(정치와 돈:7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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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종의 쿠퐁제… 부작용 막을수 있을지 의문(주간연재)
선거가 닥쳐오면서 정치자금에 쪼들린 민주당이 기부금증서(쿠퐁)제라는 이색적인 자금조달방법 도입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민자당도 야당의 자금줄을 일부 풀어주면서 선거구 증설이란 대가를 얻어낼 속셈으로 쿠퐁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당이 제안한 쿠퐁제는 정당·국회의원 또는 입후보자후원회가 중앙선관위 발행의 쿠퐁을 팔아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방법으로 헌금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야당으로서는 기부자들이 헌금 사실 노출때 발생할 불이익을 우려,후원회에 가입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이 중앙당·시도지부는 물론 대부분의 의원과 지구당이 후원회를 가동중인데 비해 민주당은 노무현·유인학 의원,민중당은 중앙당과 이재오 사무총장이 구성했을 뿐이다. 이철 의원(민주)·이우재 민중당상임대표가 후원회나 다름없는 지원조직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또 쿠퐁구입자에 대해서는 면세혜택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현행 정치자금법상 광고모금으로 익명기부가 가능하지만 세제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익명성과 면세혜택을 줌으로써 야당도 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자는 얘기다.
쿠퐁제는 미국·일본 등에서 보편화 돼있는 파티모금방식과 익명성 보장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중앙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외국에서 똑같은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외국의 파티모금방식은 출판기념회·기부금 모금만찬 등의 명목으로 파티 티킷을 판매하고 음식그릇당 값을 매겨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연설·음악공연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민주당 김원기 사무총장이 외부의 조언을 얻어 착안한 이제도는 외국의 파티모금 방식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파티형제도는 음식·각종 서비스를 받는데 대한 대가개념이지만 쿠퐁제는 구체적인 대가없이 순수한 기부행위에 속한다.
또한 파티모금이 소액다수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쿠퐁제는 고액헌금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파티권은 25∼1백달러 규모로 한 후보자에게 연 1천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앙당위원회에도 1만달러 이상의 파티권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파티권 1장에 1만∼3만엔 범위안에서 판매토록 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놓은 쿠퐁제는 연간 후원회원이 낼 수 있는 연간 한도액(개인 5천만원,법인 1억원)이내에서 얼마든지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액면가도 상한선 없이 1만원이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고액화의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대신 쿠퐁모금은 후원회의 연간모금액 상한선(개인 1억원,시도지부 10억원,중앙당 50억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쿠퐁남발을 규제한 것으로 긍정적인 대목이다.
일본의 경우 파티모금방식에 처음에는 긍정적이었으나 요즘은 『정치인이 파티권판매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기업의 기부한도액을 1억엔으로 책정해 놓았으나 파티모금은 정치헌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리크루트사건이 바로 유력 정치인의 모금파티에 특정기업이 거액의 파티권을 사주는 방식으로 음성적인 정치헌금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안에서는 1회구입 및 연간구입 한도액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쿠퐁제는 후원회제도의 보완책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 ▲기부금증서는 연 1회(선거가 있는 해는 2회)발행하되 교환기간은 9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기부금과 교환하지 못한 쿠퐁은 교환기간 종료후 10일이내 중앙선관위에 반납하며 ▲반납하지 않은 경우 교환한 것으로 인정,후원회 모금한도에서 공제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쿠퐁제는 그러나 무기명 기부행위를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정치자금 양성화 추세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14대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2백24개선거구당 5천만원씩 1백22억원,당선거비 30억원 등 최소 1백50억원이 필요하다』며 ▲지정기탁금제 폐지 ▲쿠퐁제 도입 ▲국고보조금 대폭 인상 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전국구 공천헌금을 특별헌금형식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쿠퐁 구입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증여세 면제를 줄 경우 할인판매사태도 우려되고 있으며 기반이 약한 의원들의 경우 당중진 또는 유력 정치인에게 넘겨 위탁판매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선관위가 쿠퐁을 발행하면서 일련번호를 매길 경우 구입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야당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쿠퐁제는 실시되더라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부작용을 최소화한뒤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공정한 정치자금 분배 및 풍토조성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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