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당 지지도 조사 정치권 반응] 민주·한나라·열린우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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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3일 온통 환호의 물결이었다. 중앙일보가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서다. 민주당 지지도(19%)가 한나라당(18.3%)을 앞섰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9.8%)을 한참 뒤로 따돌렸다. 열린우리당한테 본때를 보여주었다는 승리감과 한나라당을 앞섰다는 성취감이 뒤범벅된 분위기였다. 4당체제 개편 후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순형 대표 주재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는 흥분과 열기로 가득 찼다. 대표 취임 닷새 만에 '의외의 수확'을 거둔 趙대표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뼈아픈 분당 이후 겪은 고난을 생각할 때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면서 "민주당을 지키고 재신임.특검법 정국을 현명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하루하루가 총선 전날이라는 각오로 겸허하게 나간다면 상승세가 지속돼 한나라당과 양당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소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든 趙대표지만 이날은 우렁찬 목소리로 기자들을 향해 "우리당의 주장을 공정하게 전달해준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환하게 웃는 여유도 보였다.

김영환 위원도 "분당과 배신의 아픔 속에서도 당을 지키며 눈물겹게 싸워온 당원과 대의원들의 승리"라고 했고, 김경재 위원은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해 정치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50%에 가깝다는 현실을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 역전현상은 최병렬 대표 단식 등 한나라당의 정국 대처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내부적으론 분당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전당대회를 통해 조순형 대표 체제를 안착시키는 등 분란을 조기 수습한 것도 지지도를 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추미애 위원이 경선에 뛰어듦으로써 경선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고▶후보들의 대의원 접촉을 금지해 돈선거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경선을 큰 잡음없이 이끌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조사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격차는 9.2%포인트로 벌어졌다. 민주당이 기세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외부인사 영입, 정국 주도권 싸움 등 열린우리당과의 총선 경쟁을 더 격화시킬 전망이다.

이정민 기자

*** 한나라

"全大 반짝 효과" 애써 무시…소장파 "인적 쇄신" 압박

한나라당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은 오전 비대위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일단 겉으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국회 공전에 따른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에다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일시적 현상"(박진 대변인), "이벤트 효과로 열린우리당도 전당대회 하면 올라간다"(심재철 의원).

그러나 소장파와 당내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론 "올 것이 왔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그래서 '당 해체 후 재창당'주장도 제기됐다. 오세훈 의원은 "지지도 떨어지고 욕 듣는 것 각오했던 것 아니냐"며 "일단 특검 정국이 끝나면 우리당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본격적인 인적쇄신 요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대선자금 수사와 재신임 정국을 맞아 지도부가 갈팡질팡한 것도 지지도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특히 대선자금 수사에 우리 당이 비협조적이란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내년 총선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열린우리당

한자릿수 지지율에 당황…민주와 통합론 확산 경계

열린우리당은 발목 잡힌 지지도에 초조해했다.

천정배 의원은 "잘 믿어지지 않는다. 국민에게 아직 열린우리당의 창당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임종석 의원은 "아무리 전당대회 효과라고 하지만 (민주당 지지도가)이렇게 한꺼번에 변할 수 있느냐"며 황당해했다.

민주당과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했다는 내부 비판도 제기됐다. 이강래 의원은 "우리 당이 창당 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게 없었다. 다음달 11일 전당대회를 상승 기회로 잡아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회복 국면에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지지도 상승이 자칫 양당 통합론자들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당 핵심인사는 "일부 민주당과의 통합론자들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며 "그렇지만 민주당과의 단순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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