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대선 모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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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7대 대선 투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2002년 12월 18일 자정. 네티즌들은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한 것을 놓고 인터넷에서 토론전을 벌였다. 2002년 대선은 이처럼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세대의 '표심(票心)'을 자극했고 포털들은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터넷 선거 원년' 으로 기록된 그해에 당시 3위이던 네이버는 대선속보 경쟁에서 승리하며 야후와 다음을 누르고 포털 1위 자리에 올랐다.

올 12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포털 업계에 다시 한번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선 속보 전략을 수립하고 특별 섹션을 제작하는 등 대권 후보 못지않게 '대선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올해는 유권자의 70%가 인터넷을 쓰는 데다 네티즌의 의사표현 수단도 단순한 댓글이 아닌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 등으로 확장됐다. 한 포털 업계 관계자는 "올 대선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2002년을 훨씬 뛰어 넘을 것"이라며 "대선을 기회로 선두권으로 도약하려는 포털 간 물밑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야후가 가장 빨리 반격을 시작했다. 야후 측은 "이번 대선을 선두 탈환의 기회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후는 포털업계 중 가장 먼저 이달 중 '2007년 대선 특선'섹션을 시작한다. '중립.신속.정확'이란 서비스 기본 방침도 확정했다. 또 지난달 1차로 '희망! 2007 대선 온라인 패널모집' 이벤트를 벌였다. 야후는 최대 1만여 명까지 온라인패널을 늘려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넷심'을 그래픽으로 처리해 네티즌의 눈길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UCC로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UCC를 내세워 대표 포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다음 측은 "대형 포털 중 가장 빨리 UCC를 활용한 TV팟을 시작한 만큼 대선전에서도 네티즌에게 문호를 활짝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또 토론섹션인 아고라를 개편해 네티즌들의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기로 했다. 다음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손잡고 후보들의 개인정보와 선거 공약, 홍보 동영상을 서비스해 호평받았다.

네이버는 뉴스 섹션에 공을 들인다. 네이버는 2002년 대선에서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네티즌들을 사로잡았다. 1위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뉴스로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이용자들이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이슈와 정보를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다양한 성향을 띤 기사를 고르게 배치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정치적 중립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정치 토론회나 여론조사 등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형 포털에 맞서는 중소 포털이나 UCC 사이트의 각오도 각별하다. 특히 동영상 UCC 채널인 판도라TV는 이번 대선을 'UCC 선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차근차근 이행 중이다. 지난달 대선 예비 후보들에게 개인채널을 추첨으로 배정하며 기선을 잡았다. 판도라TV 관계자는 "후보 채널 간 표심잡기 경쟁이 이미 벌어졌고 5월에 여론조사를 하면 UCC 채널이 올 대선의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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