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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밥보다 꿈' 찾아나선 8인의 야생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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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스무살, 너희가 별이야

김진아.김택환 지음, 삼인, 202쪽, 9000원

대한민국 10대들은 눈에 가리개를 하고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경주마 같다. 대학의 문턱에 들어서 가리개를 벗는 순간, 맥이 탁 풀린다. '이제 무얼 향해 뛰어야 하나.' 또다시 눈을 가리고 아직은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시험을 향해 뛸 것인가, 아니면 다른 먹고 살 방편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트랙에서 벗어난 야생마들의 이야기다. 무얼 해 먹고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은이는 평범한 길에서 벗어난 사람 8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목록에 오른 이들의 면면이 다채롭다.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 안영민, 시네마제니스 제작팀원 이하영, 사진가 임종진, 한국 성적 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한채윤, 춤테라피 강사 신차선, 참나무청소년배움터 교사 윤용희, 연극배우 이영진, 과학도 김성원. 소위 잘 나간다는 직업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다.

국내 최초의 팔레스타인 관련 NGO를 만든 안민영씨는 그들의 삶을 일제 식민지배를 받았던 조선과 비교한다. 그런데 편향된 정보 때문에, 이스라엘에 저항하다 수년간 수천 명이 죽어나간 팔레스타인을 그저 '테러 국가'로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사진가 임종진은 에이즈로 죽어나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네모난 틀에 담는다. 함께 살고 뒹굴면서 관찰자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시선으로 보게된 후에야 비로소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그의 자세는 사진에 찍히는 대상에 대한 배려나 따뜻한 시선이 없는, 디카족의 사진찍기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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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춤 테라피' 강사인 신차선은 복지관 아이들을 위해 일하려고 특수교육과 입시에 도전했다 세 번이나 낙방한 경력이 있다. 이들에게 봉사란 은퇴 후 소일거리삼아 할 일이 아니라 삶 자체다.

연봉 100만 원을 받고 영화제작팀에서 일하는 이하영씨. 스태프들의 고혈을 쥐어짜는데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현실에 수없이 맞닥뜨린다. 그러나 언젠간 그 불합리함을 모두 뜯어고치는 제작자가 되리라 독하게 마음먹는다. 영화에 미쳤으니까. 연극에 미친 13년차 배우 이영진씨도 주인공역을 맡아본 적은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하고싶은 일을 하는 그야말로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 아닐까.

일반적인 세상의 가치관과 잣대로 이들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고 한심할 수도 있다. 꼬박꼬박 월급통장에 돈이 찍히는 안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칙칙한 그들의 삶에서 눈을 돌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모든 이의 꿈일 수도 있다. 남들이 모두 가는 길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어서 눈 가리고 마냥 질주한 경주마들처럼, 이루지 못한 꿈들. 어떻게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스무살에게 던지는 이 메시지는 다소 각별하다.

'세상엔 이렇게 먹고 사는 방법도 있다'라는 틈새 직업 가이드북과는 딴판이라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책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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