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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인공 눈 어떻게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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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눈이 기다려지는 12월이다. 스키어들은 설원을, 연인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그리며 눈을 고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다. 인공으로 눈을 만드는 제설기가 없으면 스키장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스키장 슬로프 옆에서 눈을 뿜어대는 제설기는 어떻게 눈을 만들까.

인공 제설기의 원리는 물을 아주 가는 입자로 만들어 공중에 뿌려 얼게 하는 것이다. 국내에 나와 있는 인공 제설기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20~30개의 노즐과 이 물줄기를 잘게 부수는 회전 날개로 구성돼 있다. 회전 날개는 보통 1천5백회 이상의 속도로 돌며 물을 5㎛(1㎛는 1백만분의1m) 정도의 작은 입자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잘게 부서진 물 알갱이는 15~60m까지 날아가는 동안 바깥 찬 공기에 의해 얼어 슬로프로 떨어지게 된다.

▶ 인공제설기의 모습

인공 눈도 날씨가 추워야 잘 만들어진다. 인공 제설기 업체인 스노우테크㈜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똑같은 양의 물을 분사해도 섭씨 영하 2도에서는 시간당 32㎥의 눈을 만드는 반면 영하 8도에서는 86㎥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온도가 떨어질수록 공기 중 습도가 적어져 내뿜는 물의 대부분이 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영상의 온도에서는 제설기로도 눈을 만들기 어렵다.

인공 눈은 육각형 모양의 구조를 갖는 자연설과 달리 작은 얼음 알갱이여서 자연설에서와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자연설의 경우 슬로프의 눈을 다지면 그 두께가 절반으로 줄지만 인공 눈은 거의 그대로다.

이 때문에 인공 눈으로 만든 슬로프에서 넘어질 때가 자연설에 비해 더 아프다. 눈 사이의 작은 공간이 인공 눈의 경우 훨씬 적어 딱딱해서다.

보통 스키장의 슬로프 정상은 슬로프 아래보다 더 따뜻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스키장이 분지 형태의 지형에 위치해 있어 아래의 따뜻한 공기와 습기가 슬로프 정상에 머물기 때문에 기온차가 섭씨 2도 정도 난다는 게 스키장 관계자의 말이다. 이 때문에 눈을 만들 때도 슬로프 정상에서 만들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파가 몰아치면 그 같은 효과가 없어 슬로프 정상이 더 춥다. 자연설의 눈 입자는 공간이 많아 밟을 때 눈 입자끼리 부딪치는 "뽀드득 뽀드득"소리가 난다.

이런 소리는 기온이 낮을수록 더 날카롭다. 인공 눈에서는 잘 나지 않는 소리다.

함박눈이 내리는 밤은 특히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것도 이런 눈의 구조와 관련이 깊다. 눈이 한창 내릴 때 주위의 소음이 바로 이 눈에 부딪쳐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눈이 방음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통 함박눈은 방음 특성이 아주 좋은 유리섬유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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