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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좌빵 우물'아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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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 해외마케팅팀에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윤광모(27)씨. 한동안 신바람이 나 분주하게 뛰어다니더니 얼마 전부터 약간 주눅 든 모습이다. 지난달 말 처음으로, 고객 접대 자리에 상사들과 다녀온 다음부터다.

예약한 레스토랑에 먼저 도착해 아무 자리나 편안하게 골라 앉은 것부터가 문제. 윤씨가 앉은 자리가 바로 고객을 앉혔어야 할 상석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고객을 모시고 온 상사 일행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 건 당연지사. 그나마 직속 과장이 두루뭉술 수습해 큰 결례는 면했다. 윤씨와 같은 사회 초년병은 기본적인 비즈니스 식탁 예절을 몰라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를 망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접대 상대와의 식사는 비즈니스의 연장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나아가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식탁 예절을 몸에 익히고 있어야지요." 서울신라호텔 콘티넨탈 레스토랑 하준석(37) 지배인의 말이다. 하지배인은 "식탁 예절이란 상대가 불쾌하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며 "딱딱한 격식에만 얽매이지 말고 상황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하는 재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 지배인이 사회초년병들을 위해 정리한 기본 테이블 매너다.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서울 신라호텔 하준석 지배인(中)이 신입 사원들에게 포크·나이프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1 상식만 알아도 절반은 성공

창밖 경치가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덥석 앉으면 곤란하다. 그러나 무조건 안쪽의 아늑한 자리가 상석인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나 앉으면 기분 좋을 만한 자리, 그 자리가 바로 상석이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벽난로 앞쪽이나 벽에 걸린 명화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 역시 상석. 신입사원이라면 감히 넘보지 않는 것이 직장 생활 평탄하게 하는 방법이다. 상석이 어딘지 잘 모를 때는 종업원이 의자를 제일 먼저 빼주는 곳이 주빈 자리다. 이때 초청자는 주빈과 마주 보는 자리 또는 출입구 쪽에 앉는다.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할 경우 신입사원은 주빈과 가장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이나 잔심부름하기 좋은 곳을 '찜'해야 상사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앞서 레스토랑에 들어서서는 개선장군처럼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면 안 된다. 입구에서 종업원의 확인을 받고 안내하는 곳으로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품위 있는 자세다.

2 냅킨은 한 박자 쉬고 펼 것

식탁 위에 가지런하게 접혀 있는 냅킨. 의자에 앉자마자 '쫙' 펼치는 것은 금물이다. 종업원이 펴 줄 때까지 잠시 기다리거나, 주빈 혹은 주인(집으로 초대받았을 경우)이 편 뒤 따라 행동한다.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첫 요리가 나오기 직전에 펴는 것이 좋다.

냅킨은 반으로 접거나 3분의 1가량을 아래로 접어 넣어 무릎 위에 살짝 올린다. 냅킨은 기본적으로 음식물이 흘러 옷을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음식을 먹으며 지저분해진 입가를 닦는 데 더 자주 쓰인다. 사용할 때는 한쪽 끝을 쥐고 입 주위를 살짝 훔치도록 한다. 이때 여성들은 냅킨에 립스틱 자국이 선명히 남지 않도록 조심할 것. 냅킨은 소스나 버터가 손에 묻었을 때나 생선 가시를 뱉을 때도 가리고 쓰면 요긴하다. 식사 중 잠시 자리를 뜰 경우엔 냅킨을 가볍게 접어 의자 위에 올려놓는다. 식탁에 올렸다간 "식사가 끝났다"는 뜻으로 알고 종업원이 식기 등을 치울 수 있다.

3 포크와 나이프는 바깥쪽부터

양식 테이블에 앉으면 양쪽으로 펼쳐진 포크와 나이프 때문에 무엇을 써야 할지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바깥쪽부터 양손에 쥐여지는 대로 쓰는 것이다. 신기하게 딱딱 맞아떨어진다. 수프를 먹을 땐 스푼이 손에 쥐여지고 스테이크를 썰 땐 제일 큰 포크와 나이프가 쥐여진다. 모두 미리 짜놓은 각본인 셈이니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만일 생선을 주문했다면 종업원이 살며시 스테이크 나이프를 생선용 나이프로 바꿔 놓는다. 만일 순서가 바뀌거나 쓰지 않았다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종업원이 알아서 가져가거나 바꿔 준다. '칼질'이 서툴면 포크를 왼손에 쥐고 식사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때는 오른손에 쥔 나이프를 잠시 접시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포크를 쥐고 사용해도 결례가 되지 않는다. 나이프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절대 금물. 위험하기도 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다.

4 원형 식탁선 왼쪽 빵, 오른쪽 물

결혼식 같은 연회에선 둥그렇게 둘러앉는 원형 테이블이 대부분이다. 이때 헷갈리는 것이 물컵과 빵그릇의 위치. 아무것이나 덥석 잡았다가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고리를 끊는 결과를 초래해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에게서 눈총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땐 오른손을 뻗어 컵을 쥐고 왼손으론 빵을 해결하면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게 '좌(左)빵 우(右)물'이다. 와인이 나오는 경우엔 물컵 자리에 와인잔이 함께 놓인다.

빵은 부스러기가 떨어지므로 왼쪽의 작은 접시로 가져와 손으로 떼어 먹는다. 빵은 요리와 함께 먹기 시작해 디저트를 들기 전까지 먹는다. 빵을 나이프로 자르는 것은 매너에 어긋난다. 빵 부스러기 때문에 식탁이 너무 지저분하면 종업원에게 조용히 치워 달라고 하면 된다. 양식 테이블에서 외국인들이 빵 조각으로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설거지를 돕기 위한 게 아니라 그릇에 남은 수프나 소스의 국물까지 말끔하게 처리하는 용도로 빵을 쓰는 것이다. 만든 이나 접대하는 사람에게 맛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TIP

#한.중.일식의 경우엔

한.중.일식의 식탁에서도 상석은 출구에서 떨어진 아늑한 안쪽이 일반적이다. 특히 일식의 경우엔 도코노마(방의 바닥을 한 단 높게 만들어 족자나 꽃을 장식한 곳) 쪽이 상석이다. 중식일 때는 그림이나 액자가 걸린 제일 안쪽이 주빈석이다. 한.중.일식의 주도(술 마시는 예의)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첨잔을 하지 않은 데 비해 일본에선 상대가 잔의 바닥을 드러내면 큰 결례로 생각해 수시로 첨잔을 한다. 중국에선 건배를 할 때 단숨에 마시고 빈 술잔을 상대에게 보여 준다. 삼국 모두 자신의 잔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일은 삼가는 게 좋다. 일본이나 중국에선 밥이나 국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데 비해 한국에선 밥상 위에 가지런하게 놓고 먹는 것도 판이하게 다른 식사 예절 중 하나다.

#테이블 매너 알려줄 만한 레스토랑

테이블 매너는 '남의 집 제사상에 밤 놔라 대추 놔라'하는 식으로 너무 격식을 찾다보면 오히려 좋은 자리를 해칠 수 있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위해선 기본적인 사항은 몸에 익혀 확실히 알아두는 게 낫다. 잘못된 점을 교정받으며 테이블 매너를 익힐 만한 곳으로는 우선 특급호텔 레스토랑을 꼽을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의 콘티넨탈(02-2230-3369), 밀레니엄 힐튼호텔의 시즌스(02-317-3060), 웨스틴조선호텔의 나이스게이트(02-317-0366)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레스토랑으론 서울 삼청동의 더 레스토랑(02-735-8441), 청담동의 팔레 드 고몽(02-546-8877), 신사동의 보나세라(02-543-666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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