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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사기 높아져랴 얍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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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어이쿠. 이거 정말 신기하네. 재밌어." 6일 저녁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의 한 연회장. 윤영달(사진)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은색 '마술 지팡이'(안전핀을 풀면 말려있던 지팡이가 갑자기 펴지는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한 업체가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연 '문화커뮤니케이션프로그램'의 첫날 마술수업이다. 그곳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연방 사진을 찍으며 박장대소하는 윤 회장을 만났다.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마술.댄스.공연 같은 '놀이'다. 경영자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함으로써 젊은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법을 저절로 배우는 과정이다. '감성 경영자'를 자처하는 윤 회장은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이나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에서 디자인.미술.음악 관련 CEO 과정을 7차례 들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키운 감수성을 직원 교육과 고객 마케팅에 접목해 왔다. 지난해 초 서울 남영동 해태제과 사옥에 마련한 갤러리가 한 예. 3년째 매주 수요일 아침 임직원에게 문화 강의와 음악회 등을 접하게 하는 '모닝 아카데미'도 연다.

과자 회사에 필요한 감성 경영은 뭘까. "과자는 기호식품이어서 배만 불리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불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수준을 높이자는 거지요,"감성 교육을 3년 했더니 직원들의 넥타이 색깔이 달라지고, 사내 포장 디자인 공모에 우수 작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무엇보다 2004년 말 크라운이 해태제과를 인수한 뒤 다소 껄끄러웠던 사내 분위기도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미술.음악에 눈을 뜨면서 서로 마음을 여는 법도 배우는 것 같습니다."

윤 회장의 다음 목표는 고객들에게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아름다움을 아는 회사'로 기억돼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면서 지난해 불거진 '과자 알레르기 성분 파동'도 떠올렸다. "고객들에게 '내 손자도 죠리퐁.맛동산 먹여 키운다'고 해도 믿질 않잖아요. 신뢰를 못 쌓아놔서 그런 거지요."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최근 '오예스와 떠나는 세계 미술관 여행'을 기획했다. 초콜릿 케이크 '오예스'(해태) 소비자 중 100명을 뽑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을 둘러보게끔 유럽 여행을 보내줬다. 오예스 포장 상자에는 명화 엽서도 끼워넣고 있다.

감성 경영을 포장지 수준이 아니라 과자의 알맹이에까지 적용하는 게 그의 욕심이다. "너무 달면 싸구려 대중문화처럼 물리기 쉬워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입맛에 부응하게 되면 언젠간 제과 산업의 대량 생산체제도 무너질 지 몰라요."

임미진 기자

◆바로잡습니다◆

문화커뮤니케이션프로그램을 연 주체는 업체가 아니라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한국문화커뮤니케이션연구원(원장 강미은.숙명여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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