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으로 「자유화 금리」 조절”/이용만재무장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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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통화관리방식 변경여부 이달중 결정
당장의 자금난,이달중순의 금리자유화,네번의 선거가 있는 내년의 통화운용계획 등을 줄줄이 앞에놓고 있는 이용만 재무장관이지만 그의 표정에서 골치아프다거나하는 기색은 언제 어느때고 찾아볼 수 없다.
고생도 해봤고 출세도 해본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몸에밴 단단함이 그런 표정을 지우고도 남을만큼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자금난에 대해 아직은 이른바 꺾기 규제나 예대상계라는 대응방안밖엔 나온 것이 없는데,곧 다가올 금리자유화나 내년의 통화운용등 근본적인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할 생각입니까.
『속 시원히 한번에 금리자유화를 할 생각은 없어요. 자유화가 곧 금리인상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오히려 자유화에 방해가 됩니다. 또 금리자유화를 해놓고 어려움을 겪는 나라도 많고.』
­「자유화 이후의 금리」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한다는 겁니까.
『일시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통화공급을 늘리고 금리가 안정되면 통화를 다시 거두고 할 생각입니다. 일부에서는 은행의 자금조달 기준금리를 정해 대출금리를 거기에 연동시키는 방안도 이야기하지만 그건 금리자유화가 아니니까 할생각이 없습니다.』
­총통화 증가율에 얽매인 현재의 통화관리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 진행시키고 있습니까.
『어제의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도 그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쨌든 이달 중에는 결론을 낼 겁니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제도 개선을 하면 돈 풀기 위해서 그런다는 불신과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내년은 그대로가고 내후년 가서 제도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통화지표에 대해 다들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탈입니다.』
­내년의 경제운용상 제1의 목표는.
『물론 안정이지요. 그런면에선 내년의 8% 성장 목표도 다소 높은감이 있습니다. 또 안정성장이란 말들을 자주 하는데 그것도 사실은 모순된 말이지요.』
­선거를 앞두고 안정이 제대로 지켜지겠습니까.
『과거의 예를 검증해보아도 선거때 통화가 많이 풀렸다는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시중에 나도는 현찰의 비중이 높아질 뿐이지요. 음식값이다,종이값이다 하며 뿌려지는 현찰이 구매력이 대단하니 바로 인플레요인이 되는 것이고 여기다 산업현장에서의 인력 이탈이 심해질 것이니 걱정입니다. 또 과거에 보면 선거때 재정자금이 늘어난 경우도 있었는데 내년에는 추경을 할 여유도 별로 없고 해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1일 현대그룹에 대한 추징세액이 발표됐는데 최근 현대그룹이 세무조사와 관련,정권과의 불화설 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세무조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고 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지요.』
­문제는 과거에 그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언제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내가 알기론 현대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것이고….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랬어요. 미국의 연방국세청(IRS) 처럼 몇년간의 자료를 계속 전산입력해 놓으면 자연히 혐의가 드러나고 또 그때에 과세하면 그만이고. 얼마전 한라그룹에 대한 과세가 국세심판소에서 잘못된 일이라고 결론이 났는데 앞으로 그런 일은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을 만들어 놓으라고 지시를 해놓았습니다.』
­최근에 지방도 다니면서 상공인들과의 간담회도 가졌는데,정말 기업들이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고 봅니까.
『어렵다고 하면서도 예컨대 부산지방의 신발업체 수는 올해 들어서도 더 늘어났더군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야 살려야하지만,그렇다고 최근의 중소기업문제를 금융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기업도 그래요. 나더러 심지어 기업들 다 망한 다음에 뭘가지고 성장하고 수출하느냐는 말도 하는 모양이지만 대기업들도 적정투자를 해줘야지 투자를 마음껏 늘려놓고서 자금난만 탓할게 아닙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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