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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20수 화폭에 담은 이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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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와 그림의 만남을 모색해보는 이색기획전 「시가 있는 그림전」이 11월1일부터 11일까지 서 림화랑(514-3377)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김소월·이육사·조지훈 등 유명시인 20명의 시에 담긴 이미지를 장이석·홍종명·강우문씨 등 17명의 화가가 색채와 형상언어로 가시화한 작품 20점이 출품된다.
글씨로 쓴 시에 그림(삽화)을 곁들인 종전의 시화전과는 달리 화가들이 시를 읽는 느낌을 각기 독특한 작품세계로 담아냈다.
이 때문에 이 전시회에는 출품작 옆에 관련시의 일부 구절만을 조그맣게 곁들여 관람자들의 이해를 도울 뿐이다. 또 전시기간 중에는 관련시의 낭송테이프를 틀어 감상분위기를 돋운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방 소리없이 흩날리느뇨./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여가며/서글픈 옛 자췬 양 흰눈이 내려….』
원로화가 장이석씨는 김광균의 『설야』를 눈이 소복이 내려 쌓이는 밤 초가집 앞마당 우물가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뛰노는 서정적 정경으로 형상화했다.
『내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육사의 『청포도』를 화가 김형근씨는 청포도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머리에 인 소녀가 꿈꾸듯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 「시가 있는 그림전」은 지난 87년 최남선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 날인 11월1일을 한국시인협회가 「시의 날」로 제정하자 여류시인인 서림화방대표 김성옥씨(39)가 이를 기념해 처음 마련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정된 시와 출품화가는 다음과 같다.
▲김광균 『설야』=장이석 ▲윤동주 『십자가』=홍종명 ▲오일도 『내 소녀』=홍종명 ▲박목월 『달』=강우문 ▲김상훈 『장승처럼』=강우문 ▲김소월 『저녁때』=김서봉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박창돈 ▲이육사 『청포도』=김형근 ▲양명문 『석불』=오태학 ▲노천명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신양섭 ▲고정희 『사랑법 첫째』=조부수 ▲조지훈 『풀잎 단장』=안병석 ▲서정주 『춘향귀문』=이중희 ▲박정만 『작은 충가』=황창배 ▲이수익 『연꽃』=장정업 ▲임홍재 『안성 장날』=석철주 ▲김남조 『아가』=김병종 ▲한용운 『달을 보며』=김병종 ▲정지용 『향수』=장이규 ▲이상 『이런 시』=황주리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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