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휴대폰결제 · 모바일TV … 서비스도 '글로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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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는 지난달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가 끝나자마자 '국제 모바일 결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GSM(유럽이동통신) 방식의 사업자 모임인 GSM협회가 추진하는 '국제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의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3세대 WCDMA(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에 신용카드 정보를 넣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WCDMA 기술로 전 세계가 단일 통화권으로 묶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 KTF는 오는 10월 이 사업에 참여한 21개 사업자를 국내에 초청해 시범 서비스를 한다. 2차로 국내 단말기를 해외로 가지고 나가 결제를 하는 것도 시연할 예정이다. KTF는 시범 서비스를 위해 단말기 제조업체와 휴대폰에 저장한 신용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업체를 고르고 있다. KTF 글로벌전략팀 최형석 부장은 "국제 모바일 결제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다면 서비스 기법과 장비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단말기와 장비 제조업체들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성남시 수내동에 있는 SK텔레콤 네트워크센터는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TD-SCDMA 기술을 점검하는 실험국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실험국은 지난해 SK텔레콤과 중국 정부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지어지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따르면 3월 말 문을 여는 실험국에서 자사의 각종 휴대전화 서비스를 TD-SCDMA 망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다. 실험 결과는 중국 측에 전달돼 중국의 3세대 서비스에 활용된다. 이 실험과 관련 중국 정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전략적 파트너인 SK텔레콤 중국법인(SKTC) 이석환 대표는 "중국의 3세대 이동전화 기술을 다뤄본 경험은 향후 중국 시장에 모바일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의 단말기 제조회사들은 잇달아 중국에서 TD-SCDMA 기술인증 테스트를 통과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TD-SCDMA폰을 개발해 음성통화에 성공한 데 이어 동영상통화까지 시연했다. 한국 단말기 업계가 중국이 3세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그만큼 단말기 시장도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 이동통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1억2000만 대의 휴대전화가 팔렸다. 협회 측은 "지난해 판매량은 2005년보다 40%나 늘어난 것"이라며 "협회 조사에서 중국인들은 평균 21개월마다 새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이처럼 국경이 사라지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나 WCDMA의 종주국인 유럽과 WCDMA 서비스를 한국보다 먼저 시작한 일본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휴대전화에서 서비스되는 다양한 콘텐트산업을 키우고 있고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동통신과의 니시가타 노부히사(西潟暢央) 과장보좌역은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의 경쟁력은 누가 강력한 콘텐트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콘텐트 산업에 신규 사업자가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또 4월 이후 나오는 모든 3세대 휴대전화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넣도록 했다. GPS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 납치나 유괴 등의 범죄에 대처할 수 있고 길 안내 및 위치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이동통신 사업자와 단말기 업체들은 3세대 WCDMA 서비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휴대전화 보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선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모바일TV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만 명에 그쳤던 모바일 TV 가입자 수가 2010년에 4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연 9300만 대 규모였던 유럽의 WCDMA 단말기 시장도 올해는 1억60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생산 업체인 노키아와 소니에릭슨.모토로라 등은 유럽 시장에서 저마다 새로운 단말기를 내놓고 있어 여차하면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단말기 업체들의 설 땅이 좁아질 수 있다.

특히 3세대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CDMA 방식을 쓰는 한국시장에 주목하지 않았던 노키아 등 유럽의 WCDMA 단말기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시장에 대량 공급하는 WCDMA 단말기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TF는 외국산 WCDMA 휴대전화를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박동욱 박사는 "우리의 휴대전화 서비스가 세계와 연동하게 되면 경쟁 압력도 받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며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국내에 맞는 글로벌 단말기 공급" LG전자 안승권 부사장

LG전자는 지난달 GSM협회 12개 이동통신 회원업체에 WCDMA 휴대전화를 단독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3세대 휴대전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안승권(사진) 부사장은 "동영상 통화 등이 가능한 3세대 서비스가 국내에서 활성화되면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도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LG전자는 2004년 허치슨사에 최초의 3세대 휴대전화를 공급했다"며 "국내 시장에선 최근 3MB의 MP3 1곡을 7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WCDMA 단말기(3.6Mbps)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안 부사장은 또 "3세대 서비스가 확산돼 영상 회의나 영상 메시지.비디오 서비스.휴대전화 결제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부품 업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CDMA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노키아 등 외국 휴대전화 업체의 국내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그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특화된 서비스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말기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GSM협회 회원사가 선정한 글로벌 모델을 한국 시장에 들여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사업자와 협의를 해 한국 시장에 맞는 형태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부사장은 특히 2010년에는 3세대 보다 훨씬 빠른 4세대 통신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는 최근 3세대 통신망을 활용해 MP3 파일을 1.2초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3G LTE' 기술을 개발해 시연했다.

"미국도 유럽식 3G 서비스에 승부수" 데이비슨 퀄컴 부사장

미국 퀄컴사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담당인 빌 데이비슨(사진) 부사장은 2일 샌디에이고 본사에서 기자를 만나 미국에서도 3세대(3G) 이동통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싱귤러와 버라이존, 스프린트넥스텔 등 미국 주요 이동통신 회사들이 음성통화로는 차별화하지 않자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 받는 3G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데이비슨 부사장은 "1일 시작한 한국의 3G서비스보다는 빠르지 않지만, 미국 통신회사들도 앞다퉈 3G 서비스를 지역별로 하고 있다. 요즘 휴대전화 고객들도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3G폰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싱귤러가 지역별로 유럽식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동영상 게임 및 음악 등 다양한 콘텐트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퀄컴은 미국식 2세대 이동통신(CDMA)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회사. 최근 전세계 3G 시장에서는 유럽식(GSM) 계열의 이동통신 기술(WCDMA.HSDPA)이 CDMA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이비슨 부사장은 "퀄컴은 CDMA 기술은 물론 유럽식 WCDMA 기술에서도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퀄컴은 더 이상 CDMA 회사가 아니다"라며 "모든 이동통신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가진 회사로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한국 업체들은 2세대 CDMA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하고, 성공적으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3G 유럽식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기 회사이자 GSM 원천기술을 많이 가진 노키아가 음성통화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바람에 데이터 통신이 대세인 3G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이원호·이희성·김원배·최익재·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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