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왜 영어회화 못 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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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실력은 마음먹은 대로 늘지 않고… 영어 회화를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외국인 앞에 서면 말문이 안 떨어지고.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교육전문가이자, SDA삼육외국어학원 12steps 교육 콘텐트 제작 및, OPIc 분석, 과정개발 전문가인 김혜진씨가 제시하는 몇 가지 효과적인 영어 말하기 학습법을 통해 그 요령을 배워보자.

■ 원인과 치료법

◇ 영어는 의사 소통의 도구다 =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영어를 언어가 아니라 점수 따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법을 내세우고 문장구조를 분석하는 등 판에 박힌 교육을 하다 보니 영어가 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많은 영어 관련 시험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완벽한 영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다 한국말을 완벽하고 유창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다. 대화의 내용이나 의미 전달보다는, 정확한 단어, 문법, 발음에 치중하다 보니 언어의 궁극적인 목적을 잃게 되는 것이다. 유명한 외교관들을 보면 문법과 발음이 원어민들처럼 유창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유능한 외교관인 것은 의사소통에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단어는 약 2000개다. 이 중 80%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단어로 이루어진다. 나머지 20%는 전문 직업 분야에서 나온다.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이라면 2000개 이상 영어 단어를 알지만 간단한 영어문장을 만드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들도 이런 불합리한 점을 인식하고 신입사원 채용과 승진에서 영어 말하기 비중을 높이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이제는 TOEIC 점수가 아닌 실무 영어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실무 영어 능력인 말하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영어 말하기 어떻게 시작할까 = 실무적인 영어 말하기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지난달 24일 선보인 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 - computer)다. OPIc는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영어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 시험에 대비하면 영어 회화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SDA삼육외국어학원의 영어회화 정규 과정과 학습매거진 '12steps'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여, 영어를 마스터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 초급 수준의 전략 = 3 ~ 5 단어로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을 반복하여 연습하고 암기하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어려운 단어, 어려운 표현을 써야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쉬운 단어로 간단한 문장을 번역 없이, 생각하지 않고 입에서 술술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집을 지을 때 기초가 중요하듯이 말이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듯 쉬운 단어나 문장을 듣고 흉내 내고 반복하면서 배워보자. 아이들은 부모를 흉내 내고 실제로 부모와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발음, 단어, 문법 및 문장구조를 배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면 어휘가 축적되고 문장이 증가한다. 영어 역시 어려운 문장이 아닌, 쉬운 문장부터 한국말로 번역하지 않고 입 밖으로 저절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중급.고급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이다.

◇ 중급 수준의 전략 = 요약.정리된 문단 만들기 연습을 하자.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은 중급 수준에 해당된다. 간단한 문장은 만들 수 있지만 적절한 문단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단지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하여 'good speaker (good communicator)' 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쉬운 문장들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면, 그 문장들을 가지고 좀 더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적절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단순히 문장을 연습하는 것 이상이 요구된다.

◇ 이야기 요약하는 방법부터 배워라 = 우선 이야기를 요약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신문을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관심 있는 기사 중 다섯 개 이하의 문단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기사에 나온 단어를 사용하여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한다. 요약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생각을 순서대로 정리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킨다.

물론 영어 말하기 향상에 기본이 되는 반복 연습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12steps'를 통해 반복 연습을 하다 보면 발음뿐 아니라 어휘와 문법, 문장 구사 능력도 자동적으로 향상된다.

◇ 고급 수준의 전략 = 전문 주제를 영어로 토론하라. 고급 수준의 영어 말하기 실력을 원한다면 특정 분야의 주제에 관해 논의하고 토론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직업이나 학문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한다. 직장(비즈니스 용어나 표현)이나 학교에서 (학문 용어나 표현) 사용하는 특정한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하며, 친구나 언어학습 동반자에게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그 주제를 영어로 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어로 토론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면 그러한 능력을 영어로도 드러내도록 시도해야 한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은 토론은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토론은 설득하기 위해 구상된 지적인 의사 소통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맞서는 대신에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한국인들은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토론하면 대결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영어로 말하는 능력을 고급 수준까지 높이려는 사람은 상대방의 논쟁에 귀를 기울이고, 거스르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자신의 생각이 어째서 더 우월한지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언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가치관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김혜진은 …

호주 Griffith University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국 무역협회 비즈니스 전문 영어강사와 국제회의 통역가로도 활동한 비즈/아카데미 영어 전문 컨설팅 및 기업교육전문가. 현재 (주) Sonic 랭귀지 솔루션의 CEO이면서 SDA 삼육외국어학원의 비즈니스/아카데미 영어 전문과정 개발과 교육을 총괄하면서 12steps 교재 개발과 OPIc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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