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리포터의생생쪽지] 사람 만드는 인사 "저는 효자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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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기 교육, 영재 교육 등에 급급하다 보면 예절 교육은 슬며시 뒷전이 된다. 하지만 내 아이를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빠트려선 안 될 것이 예절과 인성 교육이다. 그러나 '예절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무조건 회초리만으로 예절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정에서의 예절교육,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30여 년을 교직에 몸담으시다가 효행 교육으로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분을 만나 봤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의 한 노인정에서 항상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 최해규 선생님이다. 최 선생님은 찾아오는 이가 누구든지 상대가 민망할 정도로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고 반겨주신다. 노인정 옆을 지나가는 아이들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도 먼저 머리 숙여 인사한 후 새로운 인사법을 가르쳐 주신다. 이 동네 훈장 선생님이 따로 없다.

최 선생님식 인사법은 이렇다. "저는 효자입니다."

밥 한 끼 챙겨 먹기 힘들던 시절에는 "식사하셨습니까"가 곧 안부를 묻는 인사였지만 이제는 달라야 한다는 게 최 선생님의 주장이다. 부모와 자식 간 거리가 멀어지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경로 효친 문화의 색이 바래가는 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교사 재직 시절 처음 이 인사법을 제안했을 때 교사들이나 학생, 학부모 모두가 어색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 선생님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실천해 왔다고 한다. 최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저는 효자입니다' 인사는 학교 현장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많은 학부모로부터 감사 편지가 쇄도했단다. 학생들의 생활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 선생님은 체벌을 하는 대신 "저는 효자입니다" 를 외치게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벌 받을 때마다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저는 효자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자연히 효자.효녀가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최 선생님이 전파하는 예절교육 방법은 다양하다. '부모와 대화하기' '한 달에 한 번 편지쓰기' '효행일기 쓰기' '큰절 올리기' 등이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부모님께 '큰절 올리기'는 꼭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어 '큰절 올리기가 성적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최 선생님은 "큰절을 올린다는 것은 부모님께 순종하겠다는 뜻이고, 부모를 순종하면 복을 받게 돼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양심의 편지 쓰기'도 가르쳤다. 그러면서 '양심'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버스값을 속여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 무임 승차를 했을 때, 길에서 주운 돈을 써버린 경우 등 학생들이 양심을 속이는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 사죄의 편지를 쓰도록 한 것이다.

"양심을 속이고 살면 안 됩니다. 어릴 때부터 반성하는 습관을 갖지 않으면 민주 시민으로 자랄 수 없어요. 1원을 훔친 것이나 1000억원을 훔친 것이나 훔친 것으로 보면 둘 다 똑같아요. 학교에서 잘 사는 법만 가르쳤지 올바로 사는 법을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사회 현실이 혼탁해진 것입니다."

최근 부모들이 명문대를 목표로 교과목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만 혈안이 돼있다 보니 예절.인성 교육은 놓치기 쉬운 게 사실이다. 이제는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 우리 부모가 진정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게 무엇인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오늘은 우리 집에서부터 양심 편지쓰기, 큰절하기, '나는 효자입니다'라고 인사하기… 등 최 선생님의 예절교육법을 시작해보자. "예의바른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최 선생님의 말씀에서 힘을 얻는다.

여태금 열공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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