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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인류 역사의 보물 … 옛 제국의 숨결을 불러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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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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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간 대화가 키워드로 떠오른 21세기다. 인종.민족.종교 등의 '편 가르기'는 오늘날 지구촌의 평화를 뒤흔드는 '공공의 적'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엔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지구촌에 평화를 심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역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수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져간 문명의 흔적에서 지혜를 구할 수 있다. 이집트.그리스.페르시아.중국.러시아…. 세계사를 스쳐간 거대 국가들이다. 이른바 '제국'을 건설했었다. 이들 제국의 안과 밖을 살펴본 초대형 다큐멘터리가 7일 시작된다. 케이블.위성 역사전문채널 히스토리채널이 13부작으로 준비한 '제국의 건설(Engineering an Empire)' 이다. 초고화질(HD) 스펙터클 화면으로 인류의 문명사를 돌아본다.

#고대와 현대의 만남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 메리다. 마야제국의 유적을 돌아보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지난달 이곳에서 '제국의 건설'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장에는 14개국에서 온 50여 명의 기자와 방송관계자가 참석했다.

'제국의 건설'은 총 13부작으로 제작됐다. 이집트, 마야, 아스텍, 그리스, 카르타고, 페르시아, 알렉산더 시대, 중국, 비잔틴, 르네상스, 영국(대영제국 시대), 러시아, 프랑스(나폴레옹 시대) 순서로 구성됐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문명과 제국의 발자취를 훑는 것이다.

시사회장에선 이집트.마야.아스텍 등 전반부 3부작의 하이라이트가 공개됐다. 각각 15분 분량으로 편집돼 전체 내용을 알 순 없었으나 작품의 분위기는 충분히 살필 수 있었다.

일례로 이집트 편. 몇 가지의 간단한 장비와 도구로 모래사막에 거대한 피라미드와 요새, 그리고 댐.사원.수로 등을 건설해 인류 문명의 토대를 세웠던 이집트의 화려한 과거가 줄줄이 펼쳐졌다. 300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던 파라오들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고루 조명됐다. 위대한 건축물의 완성부터 대형 참사까지 두루 담아냈다.

신비한 전설 속에 숨겨져 있는 아스텍 문명도 박진감 넘치게 전개됐다. 도시 건설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호수 한가운데에 세워진 아스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놀라움 자체였다. 아스텍인은 수많은 사람을 인간제물로 동원하기도 했다. 단 한 번의 의식에서 2만여 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꺼내 신에게 바쳤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폭력을 다시금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건축물로 본 세계사

'제국의 건설'은 건축물을 주목한다. 경제와 과학의 총합으로서의 건축, 문명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의 건축을 가운데에 놓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히스토리 채널의 국제프로그램 디렉터인 피터 데용은 "우리는 건축적인 관점에서 제국을 보려고 했다. 건축(engineering)과 기술(technology)은 매우 대중적이며 인기있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집트 편을 가장 앞에 배치한 이유를 묻자 "피라미드를 세운 이집트는 건축.건설 측면에서 가장 위대하고 유명한 제국임이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마야문명 편에도 다큐멘터리의 특징이 그대로 들어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신전 피라미드,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 등이 차례차례 소개된다.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세운 천문대와 급증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수력 시스템도 등장한다. 마야인은 '0'이라는 숫자를 만들고, 완벽한 수(數)의 체계를 완성했다. 황금비율도 발견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마야인의 수학적 통찰력이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황금비율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전문가 견해도 들려준다.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

'제국의 건설'은 블록버스터 다큐멘터리다. 특히 컴퓨터그래픽(CG)의 수준이 뛰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CG와 배우들의 재연 장면이 어울리면서 인류의 과거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는 총 100여 명이 제작진이 투입됐다. 제작진은 각국에 3주씩 머물며 유적을 촬영하고, 나중에 CG를 입혔다. 피터 데용은 "지금은 허물어진 많은 유적의 규모와 본래 모습을 CG를 통해 더욱 새롭게, 더욱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문명 가운데 잉카.인도.앙코르와트 등이 빠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시리즈를 제작한 마크 캐넌 감독은 "두 번째 시리즈를 만들 때 이번에 다루지 못한 곳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스페인도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지만 남아있는 건축물이 적어 이번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해하길 바라는가"라는 물음에 "나도 어렸을 때 한국에 잠깐 산 적이 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범세계적 눈으로 보아달라"고 답했다.

'제국의 건설'은 7일 밤 10시 2시간짜리 이집트 편으로 시작된다. 이후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에 1시간짜리 에피소드가 12회 연속 방영된다.

메리다(멕시코)=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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