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연 15만대에 이르는 충남 아산공장의 쏘나타 생산을 올해 10만대로 줄이고, 부족분 및 판매증가 예상분 7만대 가량을 울산 1공장으로 옮겨 만들기로 했다. 아산공장의 남는 생산라인은 대형차인 그랜저 생산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울산 1공장은 이 계획에 따라 올해 초 보름간 작업을 쉬면서 쏘나타를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인을 개편했다. 울산 공장은 지난해 소형차인 ▶클릭 18만여 대▶베르나 14만여 대를 생산해왔으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출 비중이 90%인 클릭의 수출가격은 8000~9000달러 정도지만, 지난해 환율 하락으로 대당 500~1000달러 적자를 봤다. 반면 쏘나타는 지난해 초부터 월 평균 1만6000대의 주문 적체를 빚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이런 개편안은 이해관계가 다른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의 의견 상충으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생산물량 증감으로 이해가 엇갈리는 아산.울산 노조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아산공장 노조는 근로조건이 나빠지고 잔업.특근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아산공장 노조 측은 "고가인 그랜저가 안 팔릴 경우 잔업이 줄어 급여가 깎일 수 있는데다 그랜저는 쏘나타보다 생산이 복잡해 현재 인원으로는 작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통상 잔업은 통상 급여의 1.5배, 특근(휴일 및 공휴일 근무)은 1.5~3.3배를 받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물량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노사간 합의를 시도했으나 아산공장의 완강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반면 울산 1공장 노조는 인기 차종인 쏘나타를 생산할 경우 잔업이 늘어날 수 있어 찬성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타결이 안 될 경우 쏘나타 수출과 내수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국내에선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생산하는 게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재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노조가 자기 이해만 내세워 생산 합리화를 방해한다면 현대차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도요타는 1980년대 해외 공장이 급증하면서 노조의 도움으로 국내에선 고부가가치 차량을 생산하고 해외에선 소형차를 생산하는 차종 개편을 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