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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계 '긴자 대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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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본 광고 업체들의 '긴자(銀座) 대혈전'이 벌어지게 됐다.

그동안 일본 광고시장에서 독주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덴쓰(電通)에 맞서 2위 업체인 하쿠호도(博報堂)가 연합군을 구성, 최근 덴쓰의 긴자 본사 사옥 바로 맞은 편 건물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쿠호도는 지난 10월 일본 내 4위 업체인 다이코(大廣), 그리고 요미우리(讀賣)광고와 손잡고 '하쿠호도DY그룹'을 출범시킨 데 이어 이달 들어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규모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또 내년 가을께에는 거래소 상장을 하기로 했다. 사실상 덴쓰에 정면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하쿠호도DY그룹은 2005년도까지 매출액을 1조1천억엔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일본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쪽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세계 2위의 광고 업체인 미국의 인터퍼블릭그룹과 세계 3위의 미국 옴니컴그룹과의 자본 제휴에 나서고 있다.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시장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나 일본에 진출한 미.유럽 기업을 누가 더 많이 잡느냐에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합군의 공세에 덴쓰는 일단 겉으로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세 업체를 합해봐야 규모나 시장점유율에서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실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덴쓰가 최근 발표한 지난 9월 말 중간 결산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줄어든 8천1백67억엔, 당기순이익은 76.8% 감소한 68억엔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드컵 축구 때 너무 수요가 몰린데다 올해의 경우 여름이 춥고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까지 겹쳐 여행.레저 업계를 중심으로 광고 수요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덴쓰도 해외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4위의 광고 회사인 퓨브리시스그룹에 15%를 출자하는 등 자본 제휴와 함께 스포츠 마케팅 사업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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