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한국산업기술대 합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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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다름슈타츠 콘서트 콰이어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반부 마지막에 '우정 출연'해 '하늘의 아버지'와 '이탈리안 샐러드'를 무반주 합창으로 들려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한국산업기술대(이하 산기대) 합창단(지휘 임창배)이 화제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인터쿨터 코리아 측은 관객들이 항의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아마추어 합창단을 예술의전당 무대에 세웠다는 후문이다.

산기대 합창단이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합창올림픽' 남성 실내합창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연주 실황 비디오를 본 다름슈타츠 콘서트 콰이어에서도 주최 측 제의에 응했다. 산기대 합창단이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2001년 6월에 창단된 산기대 합창단은 이천 콘서트 콰이어 공연에서 지휘자 임창배(48)씨를 만난 최홍건 총장(전 산자부 장관)이 임씨를 이 학교의 음악 교양강의 담당교수로 초빙하면서 출범했다. 창단 3개월 만에 전국대학합창경연대회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서울시립합창단 초대 단원과 선화예교 교사를 지낸 임씨는 2000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제1회 세계합창올림픽에서도 에반젤 합창단을 이끌고 여성합창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산기대 합창단은 공대 학생들이지만 37명 중 여성이 17명 포함된 혼성 합창단이다. 다른 합창단과는 달리 '남초(男超)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채롭다. 대부분의 단원이 수업이 없는 쉬는 시간에 임교수의 연구실에 들러 틈틈이 무료 성악 레슨을 받는다.

1998년 산업자원부가 경기도 시흥시 장황동에 설립한 산기대는 캠퍼스가 시화.반월공단에 인접해 있다. 학교 측에선 연습실.피아노는 물론 연주복까지 맞춰줬고 단원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산기대 합창단은 인근 공단의 근로자 초청 음악회도 열면서 학교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강의도 하고 합창단도 조련하는 임씨는 산기대 교수라기보다는 망치소리 요란한 공과대학에 음악 문화의 불씨를 지피는'상주(常住) 예술가'인 셈이다.

임씨는 "비전공자들이니까 합창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습할 뿐"이라며 "합창만큼 협동과 조화가 중요한 음악은 없다"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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