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군인 대부분 자부심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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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임정훈씨가 카불 부근 바그람에 위치한 동의부대에 진료받기 위해 찾아온 현지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우리는 평화와 작은 희망 한줄기를 아프가니스탄이란 이국에 퍼뜨렸다. 한국 군인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2005년 2월부터 8월까지 아프가니스탄 동의부대에 의무병으로 파병됐다 전역한 임정훈(25.Y대 임상병리학과 4학년)씨는 4일 "파병부대의 실상이 잘못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고(故) 윤장호 하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로 숨진 뒤 파병부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일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현지에서 분대장을 지낸 임씨는 "엉뚱한 남의 나라 전쟁에 동원됐다는 표현을 파병 병사들이 들으면 무척 사기가 떨어지고 슬퍼할 것"이라며 "장병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하사와 같은 부대(다산부대) 출신 전역자들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군 간부가 현지인에게 총을 겨누며 보석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씨는 "한 두 사람이 그랬는지 몰라도 그걸로 부대 전체를 매도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미군 병원보다 동의부대 선호"=동의부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다. 군의관과 간호장교.의무병.행정병 등 30명 남짓한 인원이 현지인을 포함해 하루 300명 정도의 환자를 치료한다.

현지에는 한국과 미국.이집트 군이 운영하는 의무부대가 병원의 전부인데 미군은 종합병원급, 이집트는 병원급, 한국은 의원급 시설이지만 현지인들은 동의부대를 가장 선호한다. 탈장한 어린이를 안고 온 엄마에게 시설이 좋은 미군부대로 가라고 권했지만 한사코 동의부대에서 치료받기를 고집할 정도였다.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어린 환자가 말끔히 나아 부대에 다시 찾아왔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공병도 단연 최고"=공병인 다산부대도 기지 안에서 단연 최고다. 미군은 공병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병사들의 기술 수준도 낮은데 비해 한국군은 엄선해 파병한 까닭이다. 토목공사 경험이 있거나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병사가 한국군처럼 많은 부대가 없다. 활주로 공사처럼 까다로운 공사도 대부분 다산부대의 몫이다. 미군부대 아스팔트나 깔아준다는 말은 실상을 정확히 모르고 한 것이다.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면 자체적으로 서머타임제까지 도입해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군이 만든 시설물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는 다른 나라 병사를 보면서 파병된 이유를 피부로 느꼈다.

◆"병사-간부, 가족과 같은 존재"=협박이나 모욕이 비일비재하다는 일부의 증언은 사실과 다르다. 어제 파병 경험이 있는 친구 몇몇과 만나 얘기해봤는데 의견이 비슷했다. 통역병들이 주로 인터뷰를 했던데 그들은 전체적인 실상을 잘 모른다.

파병은 특수한 상황이다. 사리에 맞지 않는 지시를 하는 상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고립된다. 병사건 간부건 가족 같은 존재였다. 향수병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가시간을 더 많이 주고 풀어주려 노력한다. 그런데도 군기는 최고였다. 다른 나라 군대와 달리 자살이나 성폭행 사건 한 번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군의 군장 구보는 외국 장교들에게 표본이 되기도 했다.

◆"고 윤장호 하사가 자랑스럽다"=편하게만 군 생활을 하려 하는 젊은이가 많은 요즘 자원해 파병 길에 올라 임무 수행 중 하늘나라로 간 그가 많이 애석하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다. 파병 갔던 군인들과 파병 갈 군인들에게 자랑스러움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즘 파병에 반대하는 분이 많다. 실익 없는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현지의 후배들은 무척 섭섭해할 것이다. 그보다는 파병된 장병들의 처우 등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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