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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물가대책 밝혀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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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수출부진과 국제수지 적자,고임금­고물가의 악순환,산업경쟁력의 약화등 현안문제들이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내년에 몰려있는 4대 선거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현상들중 특히 경기와 물가의 동향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이론과 실제의 양면에서 입증되고 있다. 호랑이 말을 하면 정말 호랑이가 나타나는 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가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냥 그 생각만으로도 가수요를 부추겨 실제로 물가불안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인플레심리를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치에서다. 불황이 올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게 되면 기업이 투자를 축소 조정하고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바람에 하황의 골은 한층 깊어지게 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의 소비자 6백명을 상대로 실시한 소비자태도조사 결과(중앙일보 17일자 보도)를 보면 많은 소비자들이 내년의 경기는 둔화되고 물가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시중에 널리 퍼지고 있는 예상과도 대체로 부합되는 것이다.
고물가와 호경기가 한짝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비추어 고물가에 경기둔화가 겹친다는 응답이 나온 것은 다소 의아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응답자들의 대부분이 우리식 선거양상과 물가의 상관관계를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을 것임을 감안하면 경기둔화에 동반할 물가고를 예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내년의 물가불안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플레 예상심리까지 가세하게 되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올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어렵사리 진정시켜온 부동산값이 다시 들먹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례로 그동안의 건축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이 결국은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될 것이고 그것이 다시 전체 주택가격에 파급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렇듯 물가상승에 대한 예상이 확산되고 있고 그 예상 자체의 폐해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전선거운동이 이미 열을 올리고 있고 물가걱정이 주로 선거와 관련돼 있는데도 내년의 물가문제는 내년에 가서 보자는 식으로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의 물가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제시함으로써 인플레심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같은 대책에 담겨질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가 지금은 무척 아쉬운 때다.
정부는 선거가 물가에 미칠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 것으로 보고 있는지,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인지를 너무 늦기전에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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