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영 실태|총 백59사…재미교포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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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평양=김명훈 특파원】남북한 유엔동시가입후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실현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북한은 심각한 외화부족과 경제성장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미 교포들을 통한 달러유치 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미국 LA의 재미한인경제인연합회를 재미교포 사업가들을 상대하기 위한 공식 창구로 선택, 각종 특혜 및 편의를 제공하며 재미교포들과의 합영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재미한인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5월·11월에 이어 9월 10∼24일 제3차 북한산업시찰단을 구성, 산업시찰 및 합영 상담을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본보 뉴욕지사 기자가 이 기간 중 산업시찰단과 동행,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북한의 합영 사업현장을 둘러 보았다.
아직 국교가 없는 미국과의 경제교류 및 남북한통일에 대비한 준비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북한의 합영 촉진 실태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84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가 합영법을 채택, 실시한 이래 북한 내 합작사업은 주로 조총련계와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북한은 2∼3년 전부터 미국동포들과의 합영도 추진했으며 이미 합영 공장을 가동시킨 미주교포사업가들도 수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5월 한시해 조평통 부의원장의 미국방문을 전후로 재미경제인연합회 회장인 김존영씨(57·무역)를 중심으로 재미사업가들과 친분협조관계를 맺었다.
사실 북한은 이보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재미경제인 연합회의 1차 산업시찰단 방문을 계기로 재미교포 경제인들의 대북 투자 문호를 활짝 열어 놓았었다.
이번 3차까지 북한을 방문한 재미 한인경제인연합회 산업시찰단의 연인원은 80여명이며 현재 최소한 10여명의 재미교포사업가들이 북한측과 합작사업을 위한 구체적 상담을 진행중이다.
북한은 재미교포들의 투자자본유치 및 이에 따른 기술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해 산업시찰단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산업시찰단은 방북기간 중 한시해 부위원장 등 고위당국자들의 각별한 배려 속에 합영 책임자 및 여러 사업담당자들과 만나 대북 투자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이번 3차 방문 때는 당중앙위의 윤기복 비서(65) 가 불시에 산업시찰단원들을 평양 최고급 귀빈접대 장소인 목란관으로 초청, 환영만찬회를 베풀었다.
이것은 가족방문단 등 일반 교포방문자들에 대한 북측의 대우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북한이 향후 경공업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재미교포경제인들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9월 16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경제인단 16명과 면담한 조선국제합영촉진위원회 서기장 겸 합영공업총국 대상심의국장인 김창길씨(65)는 합영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북조선은 재미교포들과의 합영 합작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길 서기장에 따르면 북한은 ▲기술도입 ▲인민생필품 공급 ▲외화도입 등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합영법 규정들을 보다 완화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는 합영 회사가 1백50여개이며 이중 북한 내 운영기업이 3분의2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기계·화학제품·경공업제품제조 및 광업·채취·제약·수산업·축산 등이 역점분야이며 이밖에 서비스업 (비생산)으로 수송업·은행·상점·식당 등이 주요 합작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김서기장은 면담에서 제3자·제3국을 통한 남한기업들의 대북 투자 및 거래가능성에 대해 『합영법상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물론 직교역은 안되나 제3국을 통한 수출입의 제약은 우리가 막을 수 없다』고 말해 남한측의 간접투자 및 거래가 가능함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현재 남한기업이 재미교포사업가를 통해 북한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아는바 없다』며 그러나 『재미교포가 남조선의 기업을 업고 들어오는 것은 규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 내 합영 사업은 대부분이 북한측과 50%씩 투자한 것이며 투자규모는 1천만달러이상(쌍방투자)이 10여개, 5백만 달러 이상이 30%정도이며 이밖에 대부분이 1백만∼5백만 달러 규모다. 일반 상점·식당들의 대다수가 1백만 달러 규모 미만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시찰단원들은 제각기 분야별로 개별면담을 가졌으며 이 가운데 합영 회사 설립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있다.
요즘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재미교포들과의 합영 관계 면담 차 찾아오는 종합상사 (총국) 관계자 등 사업책임자들이 눈에 뛴다.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10여 차례 드나들면서 지난해에 방직공장을 설립했다는 LA의 한 교포는 북한측의 사업관계자 여러 명을 거느리고 다닐 정도.
이같이 재미교포들의 북한 내 사업추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김서기장은 재미교포 사업가들의 대북 투자 활동을 위해 호텔·식당·전화시설 및 면담장소 등 각종 시설을 갖춘 「종합합영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미경련의 김존영 회장은 교포경제인들의 북한 내 사업진출면담에 대해『현재 조·미간의 적대적 관계 때문에 뚜렷한 결실은 없으나 북한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개방되면서 수확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시장이 무궁무진한 경공업분야에 많은 기대를 걸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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