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예술문화기사훈장 받은 재불 화가 이성자씨|불 화단서 자리 굳힌 독창적 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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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어느 나라에서 얼마를 살든 간에 한국적 전통의 장점과 끈기, 그리고 처녀와 같은 순수함을 언제나 간직하는 신화적 화가.』
이것은 프랑스 누보로망의 세계적 대가인 미셸 뷔토르가 재불 화가 이성자씨(73)를 두고 한말이다.
도불한지 만 40년을 맞는 이화백은 9일 프랑스 문화부에서 수여하는「예술문화공로기사훈장」을 수상하고 동시에 재불 40년 기념 전시회를 서울과 그의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열어 깊은 감회에 젖어있다.
이번의 훈장은 한불문화교류에 공헌하고 탁월한 예술적 업적을 쌓은 공로를 인정해 주어진 것이다.
프랑스대사관저에서 열린 수상식에서 훈장을 수여한 베르나르 프라그 주한프랑스대사는 『40년 동안 독창적인 회화와 도자기분야를 발전시켜 프랑스화단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 예술적 교감을 트게 했다』고 이화백의 공로를 치하했다.
51년 부산피난시절 파경의 상처를 안고 3자녀를 뒤로 한 채 의상디자인공부를 위해 홀로 파리로 건너갔던 이화백은 디자인학교의 지도교사로부터 회화로 전향하라는 권유를 받고 회화에 입문, 초기 누드를 주로 한 구상에서 출발해 앵포르멜(비정형)의 추상작업을 거치면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후 60년대에는「여인과 대지」를 주제로 땅으로서의 어머니를 묘사했으며, 70년대에는 인간의 삶이 생성되는 인위적 공간인 도시의 형상을 통해 인간을 그리고자 하는 시도가 왕성했다. 이것은 70년대 후반 숲·산·바다 등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갔으며 80년대 와서는 우주로 관심을 옮겨 「극지로 가는 사람들의 길」연작을 발표했다.
회화·목판화·도자기 등 폭넓은 미술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그의 그림인생은 부단한 실험정신과 모색, 창조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귀국 전에서 선보인 작품도 「극지…」연작.
한국·프랑스를 오가며 비행기 창을 통해 내다본 북극 항로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은 작품으로 『동과 서의 극을 오가는 내 생활의 그림일기』라고 이화백은 설명했다.
이달말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인 이화백은 『아직도 그릴 것이 많아 영구 귀국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내가 완성하고싶은 그림에 도달하기에 나는 아직도 어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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