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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늘어도 치안불안 여전(범죄와의 전쟁 1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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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통계숫자론 제압효과/화성·연쇄방화등 강력사건은 헛걸음
정부가 민생치안의 확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대통령의 특별선언을 통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13일로 만1년이 된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범죄와의 전쟁은 장기화되면서 의지가 퇴색되고 물량작전·중벌주의로 일관,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방법·목적의 전반적인 재정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범죄전쟁의 목표였던 범죄와 폭력퇴치,불법·무질서추방,범인성 환경개선 등 분야별 성과·문제점·개선방향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범죄통계에 따르면 「범죄와의 전쟁」 수행기간중 매년 증가해오던 중요범죄의 발생은 줄고 대신 검거가 늘어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13일이후 지난달말까지 강도·절도·폭력·살인·강간 등 이른바 중요5대범죄 발생건수는 26만7천3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7만4천4백55건보다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기간중 같은 범죄검거건수는 21만8천1백6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0만3천71건보다 7.4% 증가,5대범죄는 실질적으로 예년에 비해 10% 정도 제압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경찰력이 총동원된 범죄전쟁은 이같은 통계로 보면 일단 범죄에 대한 기선을 제압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범죄전쟁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아직도 상당수 강력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성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4대 강력사건은 모두 6천5백68건으로 이중 5백30여건이 해결되지 않은채 남아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기간중 발생한 화성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공인회계사 임길수씨 살해사건,대구어린이 실종사건,서울시내 연쇄방화사건 등 사회 이목을 끈 주요사건일수록 미제로 남아 경찰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사본부가 설치된 중요사건의 경우 올들어 8월말까지 28건중 43%인 12건만 해결돼 지난해 71건중 56%인 40건보다 오히려 해결능력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치안능력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킨다.
○중벌주의로는 한계
이와 함께 퇴폐이발소·유흥업소 심야영업·불법주차 등 단순 질서위반사범에 대한 단속강화나 시국치안사범에 대한 강경대응조치 등이 범죄전쟁과 뒤섞여 「전쟁」 대상이 초점을 잃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것도 이번 「전쟁」 수행과정의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전쟁」 기간중 계속된 방범비상령과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일선경찰관들의 사기가 떨어진데다 과학수사장비 및 인원보강문제 등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 점도 흠으로 지적된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에도 불구하고 강력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당국의 강력대응·중벌주의만으로는 범죄제압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범죄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쟁」 대상을 재정립하고 도덕성타락·소득배분의 불균형 등 범죄유발요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함께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기부터 근절해야
명지대 이기헌 교수(법학)는 『당국의 「강력대응」「중벌주의」는 사회악을 일거에 박멸하겠다는 보수적 방안으로 이미 60년대 미국 등 외국에서 실패로 끝난적이 있다』며 『범죄전쟁은 개개사건에 집착하기 보다 범죄심리를 확산시키는 불로소득·부동산투기 등을 엄단해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진단했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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