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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LCD<액정화면>수출 통상마찰(해외경제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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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일산제품에 고율의 반덤핑관세 부과/일선 수출중단·미 현지공장 철수등 위협
무릎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소형컴퓨터인 랩탑이나 그보다 더 작은 노트북컴퓨터의 화면으로 사용되는 액정화면(LCD). 최근 LCD의 대미수출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사이에 냉기류가 감돌고 있다.
그러나 LCD 통상마찰은 그동안의 미­일통상마찰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주목을 끌고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8월에 열린 일본산 LCD의 덤핑피해 최종판정에서 3대 1로 미국업계가 일본산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일본산 LCD에 대해서는 62.67%,전자발광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7.02%의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물리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없이 잠자코 있던 일본업체들도 곧 역습에 들어갔다.
샤프·산요·도시바 등 일본 주요생산업체들은 미국이 반덤핑관세를 물리면 아예 LCD의 대미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대미 LCD 최대공급회사인 도시바사는 「미국내 현지 LCD공장을 다른 나라로 철수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지금까지 통상마찰에서 고분고분한 자세를 취해온 일본기업의 행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일본업계가 이처럼 강수를 두는 것은 세계 LCD시장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지난 83년 샤프사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LCD는 현재 일본이 세계시장의 99%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도 개발은 완료했지만 아직 대량생산은 하지 못하고 있다.
LCD가 경쟁력을 가지면서 대량생산이 되려면 불량률이 50%이하여야 하는데 이 수준에 도달한 업체는 일본업체들뿐이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이제 설계단계에 있는 자국 중소생산업체를 보호하려다 거꾸로 일본업체의 반격을 받게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답답해진 측은 미국의 IBM·퓰릿 패커드·애플사 등 유명전자업체들.
전량 일제에 의존하다 수입이 중단될 경우 이들 업체의 랩탑과 노트북컴퓨터 생산도 핵심부품인 LCD부족으로 덩달아 중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랩탑과 노트북컴퓨터의 현재 시장규모는 60억달러(각각 2백만대)에 달하고 있고 80년대말부터 매년 70%의 높은 시장증가율을 보여 이들에겐 황금시장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일본업계는 팔짱을 끼고 있는데 비해 미국업체들이 오히려 몸이 달아 상무부등 관련부처에 강력한 로비를 펴고 있다.
이들은 로비아스트를 동원,『LCD생산의 경우 수천만달러의 시설투자가 필요한데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 몇개의 국내 중소 LCD생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초가를 태우는 격』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는가 하면 『우리가 일본산 LCD를 쓰는 것은 가격이 싸서라기보다는 일정 수준이상의 품질을 갖춘 제품이 일제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반덤핑관세의 원인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일본업체들에 「만약 반덤핑관세를 맞더라도 우리의 소형 컴퓨터 생산라인을 아예 싱가포르로 옮길테니 LCD를 계속 공급해달라」고 매달리는 한편 IBM과 애플사는 정부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로 결국 국내 소형컴퓨터의 소비자 가격만 올려놓거나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으로 미국내 실업률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이번 조치를 비꼬고 있다. 이바람에 미국 상무부만 엉거주춤한 꼴이 되어버렸다.
상무부는 『우리도 뒤늦게 파장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한번 내린 결정인데 우리도 융통성을 발휘할수 없다』고 업계를 설득하고 있으나 일본을 위협하기 위한 반덤핑의 덫에 자신이 걸려버린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휘둘러온 통상정책의 칼이 처음으로 일본의 기술장벽에 판정패를 당했다는데 같은 의견들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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