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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정성을 쏟을 때 빛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내버스를 타면 운전사의 난폭운전에 거의 예외 없이 시달리게 된다. 일반버스든, 좌석버스든 급정거·급발차, 과속으로 달리기, 차선을 무시하며 지그재그로 달리기, 경음기를 요란스럽게 울려대기 등이 일상화돼 있어 승객들은 짐짝이나 가축 취급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정부는 한편에서 21세기 청사진을 떠들고 G7수준으로의 도약을 얘기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3류 시민의 서글픔이 참담하게 밀러오고 급기야는 정책당국에 대한원망마저 생기게 된다. 심지어는 엉뚱하게 대통령은 몰라도 교통부장관이나 서울시장 같은 사람들은 복무규정으로 1주일에 적어도 한번정도는 출퇴근시간의 혼잡한때에 「지옥철」·버스 등을 의무적으로 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버스가 만원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승객은 최소한도 운전사가 곱게 운전해 주기를 바란다. 요즈음의 승객 불만은 운전사의 「운전기술」이 모자라는 것보다는 「정성」이 모자라 난폭 운전을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능력」과 「정성」이 모여 이뤄진다. 미국의 고객들은 노동쟁의 중에 있는 회사가 만드는 자동차나 월요일에 만드는 차는 잘 사지 않는다고. 한다. 노사분규중이거나, 일요일에 놀고 해이해진 마음으로 출근한 월요일에는 근로자의 정성이 담겨져 있기 않기 때문에 자동차의 품질이 나빠져 고장이 잦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은 정성이요, 심지어는 혼을 불어 넣어야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된다.
첨단기술은 능력과 정성이 동시에 필요하지만 보통의 기술은 정성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미국이 한창 뻗어 오를 때 근로자들은 청교도 정신으로 일했고, 일본의 기술이 보잘것없을 때 그들은 품질관리의 분임조활동 등을 통해 낮은 수준의 기술에서나마 정성을 다해 기술기반을 쌓아 올렸다.
유럽의 국제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뒤떨러지기 시작해 유럽공동체를 구축, 자기네들끼리 울타리를 치고 시장을 지켜나가기로 하고 있지만 아직도 독일·스웨덴·스위스 등의 나라는 건재하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정성을 다하는 근로자와 경영자정신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한때 우리 나라는 욱일 승천하는 용과 같이 세계로 뻗어나가다가 올해는 무역수지적자가 1백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지나친 건설경기와 과소비로 인한 수입급증에도 원인이 있지만 기술경쟁력의 낙후에서 오는 수출부진의 탓도 크다.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능력」을 키우는 첨단기술분야의 노력을 장기적으로 해나가면서 동시에 「정성」을 다해 제품을 만드는 단기적 차원의 기술적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있어야 하겠고 기업에서는 근로자와 경영자가 공동체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회장이나 사장들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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