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떡잎부터 썩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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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현대시학·현대문학 특집>
젊은 문학평론가들의 비평행위가 상업·문단권력 지향 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간 문예지 『문학정신』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는 2백20명. 이중 절반이상이 80년대 나왔으며, 특히 87년 집계가 1백54명이니 나머지 60여명의 평론가가 출판자율화 조치에 따라 각종 문예지가 창간·복간되던 88년 이후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렇게 80년대 후반에 등단한 30대 전후의 소위 「90년대 평론가」들이 문학작품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급팽창한 평단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아가 파당을 지어 문단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쪽으로만 나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평단 자체에서 일고있다.
『현대시학』『현대문학』 10월 호는 각각 이남호·남진우·박철화, 유종호·박철희·우찬제씨 등 평론가들의 정담으로 특집「오늘의 우리 시 비평을 점검한다」「우리 비평의 현 단계」를 통해 오늘의 평단을 반성했다.
90년대 평론가인 박철화씨는 우선 출판사·문예지·저자 등의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작품 따라가기에 급급한 「인스턴트비평」을 반성했다. 『미처 여러 작품에 눈을 돌리기 이전에 쏟아져 들어오는 청탁 처리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박씨는 자체 반성하며 『예리한 비판만이 대중과의 영합이라는 상업적 성격을 이겨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평론가의 도덕성·정직성 차원에서 남진우씨는 유명문인에로만의 평론 집중현상을 들었다. 『황지우·이성복 등 유명문인에 대해 꼭 할말이 없으면서도 뭔가 한마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젊은 평단에 만연돼 있다』고 남씨는 지적했다.
이같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질적이나 도덕적으로 허약한 90년대 평단의 원인을 이남호씨는 80년대 들어 등단제도가 급격히 와해된데서 찾고 있다. 이씨는 『대학에서 리포트 쓰는 수준이나 혹은 시인이 산문을 좀 잘 쓰면 너도나도 스스로 비평가로 행세하는 요즘의 경향이 비평을 허약하게 만들었다』며 『평단이나 문단 전체를 위해서도 등단제도의 권위는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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