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누 안되게 잘 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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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5년 만에 찾아온 사랑이기에 기쁨도 두배였을까.

26일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에서 만난 박근령(53.(左))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이사장과 신동욱(39.(右)) 백석문화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시종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인 박 이사장은 얼마전 14살 연하인 신교수와 약혼했다. 경기여고.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녀는 1982년 풍산금속 창업주의 아들과 결혼했으나 반년 만에 자녀없이 이혼하고 독신으로 지내왔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디지털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 교수도 이혼 경력이 있다.

두 사람은 4일 지인 10여 명과 함께 관악산에 올라가 등산복 차림으로 반지를 교환하며 단촐한 '산상(山上) 약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세간의 시선이 다소 부담스러운 듯 "나이를 떠나 사랑이 싹트는 것은 순수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니 주변에서 좋게 봐 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신 교수와 만나게 된 계기는.

"지난해 가을 육영재단과 관련한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주변에 도움을 청했는데 아는 분이 신 교수를 소개를 해줬다. 처음엔 일 때문에 만났는데 힘들 때마다 거들어주니 자연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

-프로포즈는 누가 했나.

"지난해 12월 신 교수가 혼자 사는걸 알게 됐다. 나도 모르게 주위 사람들에게 신 교수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많이 털어놨고 그 얘기가 한다리 건너 신 교수에게 전달됐다. 내가 먼저 프로포즈한 셈이다(웃음)"

-언니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겐 미리 얘기했나.

"처음엔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언니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잘 살려고 한다."

-언니 박근혜가 아니라 정치인 박근혜를 평가한다면.

"언니가 일찍 어머니를 여읜 뒤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특유의 성실함,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태도 등은 국가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분들이 잘 좀 보필해줬으면 좋겠다"

결혼시기에 대해 박 이사장은 "아무래도 번잡스런 주변 일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는 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원래 이름은 근영(槿暎)이었으나, 93년 서영(書永)으로 바꿨고, 2004년 근령(槿令)으로 다시 고쳤다.

신 교수는 "처음엔 대통령의 딸이라고 해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검소한 생활태도를 보면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 자녀 중 장녀인 박 전 대표(55)는 미혼이며, EG사 회장으로 활동 중인 박지만(49)씨는 2004년 16세 연하의 서향희(33) 변호사와 결혼했다.

글=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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