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목소리 쏟아진 전교조 대의원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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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의원 대회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념 지향적 투쟁에서 교육 현실 개선을 위한 실천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부터 "(교육)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님으로 참석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많은 사람에게 전교조는 기쁨과 희망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충북 수안보 사조리조트 강당에서 26일 열린 이 행사에는 490여 명의 전체 대의원 가운데 약 300명이 참석했다. 정 위원장 등으로 새 집행부가 꾸려진 뒤 첫 대의원 대회였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정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보수 진영의 전교조에 대한 이념적 공세 등으로 고립의 어려운 현실을 맞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한 뒤 "입시교육에서 학생들을 구해내고,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는 본래의 전교조 정신에 충실하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위원장으로 당선된 뒤 "투쟁 일변도에서 탈피해 교육 개혁에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 원내대표가 격려사를 했다. "전교조 안에 문제가 없었나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삶의 목표에 대해 깨우침을 주던 설립 초기의 정신을 되살려 사랑받는 전교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의원들에게 돌린 내부 문건에도 반성의 흔적이 있었다. '전교조 전망에 대한 회의, 투쟁에 대한 피로, 조직 상하 간 소통과 조합 내 민주주의 대한 불만으로 조직에 대한 애정과 참여도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정파 간 갈등으로 활동 기피 현상이 만연해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대의원 대회의 핵심은 지난해 사업에 대한 평가와 올해 사업 계획 확정이었다. 새 계획은 지난해의 것과 크게 달랐다. 지난해 전교조의 핵심 사업 목표는 ▶교원평가 법제화 저지 ▶자립형 사립고 확대 저지 ▶교육 개방 반대 투쟁 등이었다. '투쟁'과 '저지'가 중심이었다. 올해의 핵심 목표는 조직의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 확립▶교육부패 척결 등 참교육 실천▶질 높은 공교육과 교육복지 실현 등으로 짜였다. '조직 개선'과 '실천'이 키워드였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 복지 실현이 올해의 중점 과제"라며 "교육 현장의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서울 Y고 교사는 "정책이나 제도의 문제를 둘러싼 교육 운동보다는 교육 현장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실천 중심의 운동을 펼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토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교조는 그러나 이날 교원평가제 도입 반대를 위한 연가투쟁에 참가했던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와 교원평가제 재검토를 교육부 등에 요구키로 결의했다. 한 참석자는 "활동의 방향성과 주안점이 다소 바뀌었지만 기존의 정당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수안보=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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