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한·미 동맹 형식과 내용 크게 바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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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합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양국 동맹은 군사동맹을 그 핵심 축으로 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결성된 동맹이라서다. 실제로 한반도는 남과 북이 군사 대치를 하고 있는 분단 상태며, 지금도 한반도의 평화는 '휴전협정' 형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2년부터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한다.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령관의 손에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때까지는 북한군의 전쟁 도발을 막을 우선적인 책임과 권한이 한미연합사령관을 지휘하는 미국과 한국에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한국군 합참의장을 지휘하는 한국이 주로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양국이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고 상황이 손바닥 뒤집듯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 자체는 변함이 없고, 미국은 핵 우산을 포함해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 약속을 거듭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해체키로 한 한미연합사를 대신할 비상 지휘기구도 가동한다. 그렇지만 현행 전작권 행사 체제에서 미국의 개입은 자동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새로운 체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이 개입의 조건과 수준을 따져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국이 이 같은 합의에 이르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국내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안보 정책이 과거와 달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정부에서도 전작권 전환이 논의되긴 했지만 특히 현 정부는 줄곧 '자주 국방'을 강조해 왔다. 외교 정책에서도 미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만큼 '전시에 우리 군대의 지휘권을 미군 장성이 갖게 되는' 현재의 전작권 행사 구도에 불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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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사정이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전 세계 미군에 대한 재편계획(GPR)을 추진해 왔다. 미군을 특정 지역에 주둔시키는 '고정군'에서 첨단.경량.신속화된 '기동군'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한반도 상황만 챙기기보다 인근 지역의 분쟁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유동군'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전작권 조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전작권 전환이 한국 내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을 놓고 정부는 "자주 국방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환영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된 당사자로서 우리의 지위에 대한 북한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남북 간 군사 분야 신뢰 구축 논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한국이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군이 계획하고 있는 전력 증강 사업이 예산 부족 등으로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 주도의 한반도 방어 전략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한.미관계가 삐걱거릴 경우 대북 억지력의 핵심 요소인 미국의 지원을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과거의 한.미동맹과 달리 바야흐로 정치.군사 등 모든 분야에 걸친 '포괄적 한.미동맹'의 비전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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