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테 홍 - 북한 남편 상봉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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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학생 출신 남편을 46년간 기다려온 독일 레나테 홍 할머니가 남편 홍옥근씨의 젊었을 때 사진을 들고 있다.

45년간 북한인 남편과의 상봉을 기다려온 독일의 레나테 홍(70) 할머니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독일 적십자사의 노력으로 남편 홍옥근씨가 북한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1일 베를린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참모들과 논의해 홍 할머니를 돕기 위해 사무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외무부에서 발터 슈타인마이어 장관과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다. 그는 "이 문제는 이념이나 정치적 이슈와 상관없는 극히 인도적인 것"이라며 "독일 적십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독일 정부도 도울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 총장의 한국 외교장관 시절 그와 분단국 문제, 이산가족의 고통에 대해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현재 독일 적십자사가 추진하는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할머니 지원 모임=설날인 18일 베를린에 홍 할머니를 포함한 10여 명의 독일.북한 이산가족이 만났다. 모두 1950~60년대 동독에 머물렀던 북한 유학생과 결혼했던 독일 여성과 그 2세들이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드레스덴.라이프치히.비스마르 등 옛 동독 지역에서 3~4시간 열차나 자동차를 타고 왔다.

70~90년대 김일성의 전속 통역을 맡았던 훔볼트대 헬가 피히트 교수와 60년대 서독으로 탈출했던 북한 유학생 출신 A씨 부부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최근 국내에서 방영된 중앙방송(Q채널)과 MBC의 홍 할머니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모임을 주도한 마누엘라 쇼트(46)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나누면서 북한의 이산가족과 상봉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 다시 관심=홍 할머니의 남편 홍옥근씨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본지 보도(2월 13일자 1, 6면)를 접한 독일 언론들은 다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력 일간지인 타게스슈피겔은 19일자 3면에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안고'라는 제목으로 홍 할머니의 사연을 한 개 면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신문(중앙일보)의 보도로 레나테 홍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게 됐고, 이 신문사 특파원의 조언에 따라 홍 할머니가 독일 적십자사와 외무부에 청원편지를 쓴 지 두 달 만에 남편이 살아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고 그동안의 경과를 소개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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