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진단] 경기 바닥 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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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96~97년 당시 경기의 정점이 언제였는지 통계청은 최근까지도 자신있게 밝히지 못했다."

한 국책연구소의 수석연구위원은 요즘 경기가 바닥을 쳤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반도체값이 폭락하기 직전인 96년 1분기가 정점이었는지, 아니면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3분기가 최고치였는지 정부 안에서도 확실한 답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경기 사이클의 분석은 어렵다. 현재 경기가 바닥을 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명쾌하게 말하지 못한다. 이들은 요즘 경기 하강이 주춤해졌다는 데는 일치한다. 그러나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지, 아니면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돌아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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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치로는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10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늘었고, 10월 수출은 1백9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순환을 나타내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는 8월부터, 몇달 앞의 경기 상황을 알려주는 경기선행지수는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재경부는 3분기 말(9월)께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30일 대한상의가 발표한 '기업경기전망' 조사에선 내년 1분기 경기가 호전될 것이냐는 기업이 22%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협중앙회가 1천5백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12월 업황전망지수는 87.6을 기록해 작년 11월 이후 1년 2개월 연속 1백을 밑돌았다.

이는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1백을 밑돌면 경기가 전달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음을 뜻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내년 총선을 전후한 정치적인 혼선과 가계 부실.북핵 문제 등 대내외 위험 요인들이 상존해 있다"며 "세계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불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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