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조순형 민주당대표 부인 김금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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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조순형 민주당대표 부인 김금지씨

"대표 경선이 있던 날 남편은 저에게 평소보다 더 자주 전화를 하더군요. 많이 초조했나 봐요. 남편은 대외적으론 강하고 내성적인 사람 같아 보이지만 어찌 보면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면이 있어요. 개혁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지요. 민주당원들이 아마 그 점을 높이 산 게 아닐까요?"

지난달 28일 경선을 통해 선출된 조순형(趙舜衡.68) 민주당 신임대표의 부인인 연극인 김금지(金錦枝.61)씨는 3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趙대표가 이번 경선에 나서게 된 데는 金씨를 포함한 가족의 지원이 컸다고 덧붙였다. 金씨는 "당신이면 잘 할 수 있는데 왜 나가지 않으려 하는지 참 바보 같다"는 핀잔 아닌 핀잔으로 힘을 북돋워 줬고, 아들과 딸도 "아버지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용기를 줬다는 것이다.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낙마 경험 때문에 망설이던 趙대표는 가족의 이 같은 '지원사격'에 슬그머니 연설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막상 남편에게 큰소리치긴 했지만 金씨도 경선 당일엔 "내가 연극무대에 올라가는 것보다 더 긴장되고 떨렸다"고 회상했다.

국립극단 연기연수생 1기 출신인 金씨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등 7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중견배우로 현재 '극단 김금지'의 대표를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金씨는 趙대표의 프로포즈로 처음 만났다. 연극배우로 발을 내딛기 시작한 시절 잡지 '여원'에 실린 金씨의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 趙대표가 "사진 한 번 찍자"며 접근(?)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5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金씨는 "젊은 시절엔 내가 남편보다 유명해 한때는 '김금지 남편이 누구냐'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거꾸로 된 것 같다"며 웃었다. 趙대표는 대기업을 다니다 47세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그런 대로 잘 하시기에 기분이 좋았어요. 물론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내가 벌어서 도움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죠."

金씨는 趙대표의 정치인생을 돕기 위해 구두가게를 운영하면서 직접 구두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남편의 별명이 정계에서는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데…"라고 운을 떼자 金씨는 "정작 남편은 가정적이어서 집에 오면 쓴소리 대신 유머와 장난기가 넘친다"고 받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정치권에선 줄곧 노무현 대통령 등에게 '바른 소리'를 해오긴 했지만 사실은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인의 코스로 볼 때 당대표 다음에는 당연히 대통령이 아닐까? 혹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내조에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대통령은 할 노릇이 못 되는 것 같아요. 대통령이 되면 아무리 잘 해도 비난받기 일쑤 아닌가요? 1등 국회의원으로 지내는 것이 '욕 먹는 대통령'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요"라며 확답을 피해갔다.

金씨는 올해 연기인생 40주년을 맞아 오는 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선셋대로'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연극이란 참 배고픈 일이에요. 작품 하나 올릴 때마다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요. 이번엔 혹시 남편 덕 좀 볼 수 있을까요. 생애 딱 한번, 말이에요."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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