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 베이징도 … 희부연 스모그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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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2일 아침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집을 나선 김모(38)씨는 자유로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혔다. "바로 앞차의 미등 불빛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난 자유로와 강변 북로는 한 치 앞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에 잠겼다. 김씨는 안개 때문에 사무실에 평소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이날 아침 서울 지역의 시정거리는 평소의 10분의 1수준인 1.5㎞에 불과했다. 전날 저녁부터 서해안에서 밀려온 해무(海霧)와 내륙에서 생긴 안개에 뒤덮였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와 함께 대기오염도 심해졌다. 전날 오후부터 서울시내 대부분의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당 200㎍(마이크로그램, 100만 분의 1g)을 넘어 평소의 3~4배에 이르렀다.

중국 베이징(北京) 시민들도 21일 최악의 기습적인 농무(濃霧:짙은 안개)로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베이징 공항은 짙은 안개로 오후 9시까지 234개 항공편이 취소됐고, 980편의 항공기가 연착 또는 연발했다. 특히 베이징 인근은 가시거리가 50m 이하로 떨어지면서 7개 고속도로가 폐쇄돼 큰 혼란을 겪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날씨가 수상하다. 특이 지난겨울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던 만큼 환절기의 한반도 주변의 기상 변화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강한 황사가 다가온다는 예보까지 나와 지난해 '4.8 황사테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벌써 걱정이다.

◆황사에 안개까지…수상한 날씨=황사와 미세먼지가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기상청은 "22일 밤 기압골이 지나간 다음 곧바로 황사가 들어와 23일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최근 네이멍구(內蒙古) 황사 발원지에서 저기압이 폭 넓게 발달하면서 많은 양의 흙먼지가 대기 중에 떠올랐고, 한반도에서도 강한 황사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아지면서 짙은 안개도 자주 발생할 전망이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남쪽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서해 바다 위에서 짙은 해무를 형성하고 이것이 서울.경기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짙은 안개가 끼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겨울이 따뜻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기상청은 22일 전국 60개 도시의 겨울(전년 12월 1일~해당년도 2월 20일) 기온 평균값을 연도별로 비교한 결과, 2.3도를 기록한 올겨울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둘째로 높았던 1978년(1.83도), 셋째인 97년(1.7도)에 비해 0.5도 이상 높았다. 서울의 경우 평균 1.6도로 나타나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로 기록됐다.

◆봄꽃 일찍 핀다=개나리.진달래 등 봄꽃도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상 일찍 필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올해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화 시기는 지난해보다 6~9일 앞당겨지고 평년과 비교하면 12일 정도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에서는 3월 21일께 봄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나리는 3월 7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개화하고 남부지방은 3월 8~15일, 중부지방과 동해안지방은 3월 16~21일, 중부내륙 산간지방은 3월 22일 이후에 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진달래도 3월 9일 제주도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10~17일, 중부.동해안지방은 3월 18~23일, 중부내륙.산간 지방은 3월 24일 이후 꽃이 필 것으로 전망했다. 개나리와 진달래 만개 시기는 개화 후 1주일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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