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 길 고생길"…승차전쟁 4년|수도권캠퍼스 대학생은 괴롭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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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0만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서울 등에서 통학하는 수도권지역의 대학 캠퍼스가 통학수단은 물론 교내 외 편의시설이 엉망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매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편과 짜증 속에서 4년을 보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이나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통학 난과 숙식 등의 각종 고충과 문제점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새벽 6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다. 후다 닥 고양이 세수를 끝내고 우유 한 컵과 빵 한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때운다.
서둘러 책가방을 꾸려 신도림동 집을 나서는 시간은 6시40분.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신림 역에 도착, 지하철을 갈아 타 가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뉴코아백화점 앞에 이르면 통학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와 버스에 오르는 동료들의 긴 행렬들…. 매일아침 되풀이되는 통학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 봄 중앙대 안성캠퍼스에 합격한 유동국군(19·건축공 1)은 지긋지긋한「통학전쟁을 치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7시20분쯤 서울을 출발한 통학버스가 안성캠퍼스에 도착한 시간은 8시50분.
집을 출발, 학교에 도착하는데 2시간10분이 걸렸다. 때문에 유 군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시달려야 한다.
『어쩌다 늦잠이라도 자는 날은 등교를 포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요. 8시쯤 서울을 출발할 경우 학교에 도착하는데 3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유 군은『2시간 수업을 받기 위해 6시간을 버스에서 허비하는 낱도 있다』며『통학 길은 고행 길』이라고 말했다.
79년 이후 경기지역에 제2캠퍼스를 설립한 대학은 경희대(수원)·중앙대(안성)·외국어대(용인)·한양대(안산)등 총 11개 대학. 통학생수는 전체학생의 70%를 넘는 6만 명 선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경기·인천지역에 본교를 둔 대학도 15개에 이르고 있어 이들 대학 통학생을 포함할 경우 서울에서 경기·인천지역으로 통학하는 학생은 어림잡아 약 10만 명선.
지방캠퍼스 확충에 따른 통학생증가, 경부·경인고속도로 체증심화현상 등으로 교통난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지역 지방캠퍼스가 학생들의 통학편의를 돕기 위해 마련한 대책은 주5일 수업실시·통학버스 운행이 전부.
학생수가 많은 중앙대 안성캠퍼스가 60여대, 나머지 대학들은 10∼20여대씩 운행하고 있으나 수용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명지대 용인캠퍼스의 경우 총 학생 수 6천10명중 70%가 넘는 4천3백여 명이 서울지역에서 통학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운행하는 29대의 통학버스 수송능력은 1천5백여 명에 그치고 있어 이들과 당일 수업이 없는 학생들을 빼면 하루평균 2천여 명이 전철·시외버스 등을 이용하고 있다.
등교 때의 통학전쟁은 하교시에도 같은 모습으로 재연된다.
하교시 스쿨버스의 마지막 운행시간은 오후7시. 때문에 학생들은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하거나 서클활동 등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수업이 끝나면 허겁지겁 버스에 오른다.
명지대 용인캠퍼스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놓칠 경우 캠퍼스에서 3km쯤 떨어진 시외버스터미널까지 30분씩 걸어가 서울행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전철노선이 없어 전철은 이용할 수도 없는데 다 오후7시가 지나면 용인 시내운행 버스들이 「승객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앞 운행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같은 교통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교묘히 이용, 짭짤한 재미를 보는 업소는 용인시내 당구장들.
대학생손님이 대부분인 당구장주인들은 운전사를 고용해 캠퍼스와 시외버스터미널간에 봉고버스 등을 운행, 당구 한 게임을 치는 조건으로 스쿨버스를 놓친 학생들을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있다.
명지대생 김 모군(20·국문1)은『날마다 치러야 하는 교통전쟁이 지겨워 휴학 계를 내고 입시공부를 다시 해 서울지역대학에 응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차원의 교통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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