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도 우려하는 주택법 개정안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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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과 여권 일부 의원이 1.1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주택법 개정안에 포함된 민간아파트 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민간 분양가까지 과도하게 규제했을 때 초래될 주택 공급 위축을 우려한 때문이다. 민간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보다 장기적 수급 전망을 신중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결정이다.

민간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는 이중 규제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간 주택공급을 크게 위축시켜 집값 안정에 역행할 것이 너무나 뻔한 일이다. 분양가 상한제로도 모자라 개인 회사의 회계 장부까지 내보여야 한다면 민간 기업이 이런 주택시장에 참여하기를 망설일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의 공급 감소분을 주택공사 등을 통한 공공이 메우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주택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공허한 이야기다. 또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감안할 때 재정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해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무모할 정도다. 오죽하면 주택공사 스스로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건설은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겠는가.

특히 민간에 대한 분양가 규제는 수요가 몰린 질 높은 주택에 대한 공급부터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간의 집값 상승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로부터 촉발됐다. 이는 질 높은 주택공급의 감소가 몇 년 뒤 또다시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홍보처가 밝혔듯이 아직 주택보급률은 100%에 못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보급률은 더욱 낮은 상태다. 이는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회가 앞장서서 주택도 시장에 맡겨 민간의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정부는 서민 주거복지만 책임지는 방향으로 주택법 개정안을 재검토해 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의 주거 복지 수준을 높이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도(正道)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