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창업 왜 많은가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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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다연테크의 지정근(39) 사장은 지난해 6월 4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다. 자신이 개발한 전기 열선 없는 온열매트를 상품화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지 사장은 "경기가 안 좋아 주저했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창업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 창업 붐이 일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급격한 소비자 기호 변화 등으로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새로 생기는 기업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신설법인 수는 5337개로 전달보다 1114개(27.4%)가 늘었다. 이는 2003년 1월(5402개) 이후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불경기일수록 창업이 늘어나는 '불황 창업'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4.8%였던 지난해 3분기 중 창업한 회사는 1만1925개였지만 성장률이 4.0%로 떨어진 4분기 중에는 창업 회사가 1만2067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한은의 정준 금융시장국 차장은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며 최근 법인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경기 속에서도 창업을 통한 활발한 손 바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행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기업의 사업 사이클이 과거 3~4년에서 1~2년 주기로 바뀌고 있는 것도 창업 러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 1월 중 창업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목재.가구(270%), 음식료품(65%) 등이었다. 대부분 유행에 민감한 업종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유옥현 소기업유통서비스팀장은 "올 들어 북핵 위기나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경기도 저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창업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6일 개최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설명회에는 평소보다 30% 정도 많은 300여 명의 창업 지원자가 몰렸다.

자영업자 창업이 늘어난 것도 이유다. 국세청 서인식 부가가치세과장은 "자영업자의 창업이 늘면서 관련 세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실업난이 이어지자 미취업자나 퇴직자들이 음식점.소매상 등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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