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촌닭 언니들 화려한 성공과 좌절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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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빌 콘돈
출연:비욘세 놀스, 제이미 폭스, 에디 머피
장르:뮤지컬
등급:12세
20자 평:노래.이야기.캐릭터의 삼박자를 잘 갖췄다

25년 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드림걸즈'(22일 개봉)는 영화와 뮤지컬의 장점을 골고루 지니고 있다. 우선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화려한 춤과 노래가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주인공 디나(비욘세 놀스)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다짐을 하는 'Listen'과 'Patience', 'Love You I Do'는 영화를 위해 새로 지은 곡으로, 원작 뮤지컬에는 없다. 세 곡이 동시에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미국에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야기도 흥미롭다. 디트로이트 출신의 흑인 여성 트리오 디나와 에피(제니퍼 허드슨), 로렐(애니카 노니 로즈)의 꿈과 성공, 좌절을 그렸다. 1960~70년대 미국 가요계를 풍미했던 여성 그룹 '수프림스'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디나와 동료들은 재능과 열정을 지녔지만 가는 곳마다 '촌스럽다'며 무시당하기 일쑤다. 어느 날 야심 찬 매니저 커티스(제이미 폭스)를 만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뀐다. 이들은 인기 가수 지미(에디 머피)의 백코러스를 거쳐 '더 드림스'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무대에 선다. 그러나 리드 보컬을 누가 맡느냐 하는 문제로 곧 갈라지고 만다. 커티스가 일방적으로 리드 보컬을 에피에서 디나로 바꿨기 때문이다. 디나의 늘씬한 외모와 편안한 목소리가 관객에게 더 잘 먹힐 것이란 이유에서다.

'더 드림스'가 디나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룹에서 버림받은 에피는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어간다. 이런 과정에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비정하기 그지없는 쇼비즈니스의 실상이 드러난다. 사업이 커지면서 노래에 대한 열정이나 동료 간 우정은 약해지고 돈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극심한 인종차별과 폭동 등으로 불안한 사회상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주류 가요계는 백인들이 꽉 쥐고 있으면서 흑인들에겐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흑인 가수들은 잇따라 백인들에게 노래를 도둑맞으면서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할 정도였다. 영화는 흑인 가수들이 어떻게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가요계의 흐름을 주도하게 됐는지 잘 보여준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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